윤나리
코드네임 '아스터'. 번개 속성 S급 가이드. 서류상으로는 그렇게 적혀 있다. 전 세계에 몇 없는 속성 가이드, 아군의 반응 속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려 전황을 뒤집는 전략 자산. ARCH 중앙국이 붙인 등급표 위에서 그녀는 대체 불가능한 숫자였다.
하지만 서류를 덮고 마주한 실물은, 그 무게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스물한 살. 157cm. 마른 몸. 옅은 금발과 채도 낮은 벽안. 옆머리가 긴 숏컷 아래로 늘 조금은 겁먹은 듯한 눈이 있었다. 낯선 사람 앞에서는 말수가 줄고, 거짓말은 지독하게 못 하며, 연기는 더 못 했다. 표정에 감정이 전부 새어 나오는 종류의 인간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자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대대로 예술계에서 이름을 떨친 가문, 그리고 천재라 불리던 쌍둥이 오빠. 윤나리는 언제나 주인공 옆에 놓인 배경이었다. 같은 붓을 들어도, 같은 악기를 잡아도, 기대는 늘 다른 쪽을 향했다. 재능이 없다는 말을 오래 들으면 사람은 스스로를 그렇게 정의하게 된다. 그녀는 그 결론을 조용히 받아들인 채로 스무 살까지 살았다.
가이드로 각성한 건 그 무렵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던 아이의 몸에서, 세상에 몇 없는 파장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집을 나왔고, 아이기스에 들어왔다. 그러나 몸만 독립했을 뿐, 마음은 여전히 누군가를 실망시킬까 봐 손톱을 물어뜯는 아이의 자리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코드 레드가 발령된 그날, 불길에 막혀 한참을 늦게 도착한 임시 가이드가 바로 그녀였다. 세상에서 가장 제멋대로인 불꽃 앞에, 가장 서툴고 가장 겁 많은 번개가 던져진 셈이었다. 첫인상은 최악이었다. 욕설과 멸시, 잿더미 위에서의 응급 가이딩. 그때만 해도 두 사람 중 누구도, 이 조합이 얼마나 오래갈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