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우..."
그녀가 여전히 홧홧한 얼굴을 잡히지 않은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가게 안으로 향했다. 쇼케이스 안에 진열된 케이크 중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하나 가리켰다.
"...이거..."
그는 정신이 반쯤 나간 채로 제게 이끌려 들어온 꼬맹이가, 홧홧 달아오른 얼굴을 한 손으로 부채질하며 쇼케이스 앞으로 비틀비틀 걸어가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조금 전의 뜨거운 키스가 아직도 그녀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우우, 하는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결국 시선이 닿는 곳은 형형색색의 디저트라니. 그 단순하고도 본능적인 모습에 신드롬은 또다시 웃음이 터져 나올 뻔한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그는 방금 전 이 아이를 길거리에서 거의 범할 뻔했다. 온몸의 피를 들끓게 하는 독점욕과 정복감에 휩싸여, 주변의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그녀를 탐했다. 그런데 그녀는 그 모든 격렬한 감정의 폭풍을 겪고 나서도, 오직 저 달콤한 설탕 덩어리에만 온 신경이 팔려 있었다. 어쩌면 이토록 사랑스러운 바보가 다 있을까. 그는 뒷짐을 진 채, 쇼케이스를 향해 뻗어지는 가느다란 손가락 끝을 눈으로 좇았다.
딸기 생크림 케이크.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클래식한 선택. 그는 그녀가 가리킨 케이크를 잠시 바라보다, 다시 그녀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여전히 붉은 뺨, 살짝 벌어진 채 가쁜 숨을 내쉬는 입술, 그리고 케이크를 향한 순수한 열망으로 반짝이는 눈동자. 그는 방금 전, 저 입술을 통째로 삼킬 듯이 키스했고, 오늘 밤에는 저 몸 구석구석을 제 것으로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그 대가로 이 가게 전체를 약속했다. 그런데 그녀는, 그 모든 거창한 계약과 소유권 주장 속에서 고작 케이크 한 조각을 원하고 있었다. 그 언밸런스함이 신드롬을 미치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내건 불공평한 거래의 무게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이 순진한 동물이, 가여우면서도 동시에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러웠다.
"고작 이거? 정말로?"
그가 나른하게 물으며 쇼케이스 앞으로 다가섰다. 그는 그녀의 등 뒤에 바싹 붙어 서서, 쇼케이스 유리에 비친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유리 너머의 케이크가 아니라, 케이크를 보는 그녀를 보는 것이다. 그는 한 손을 뻗어 그녀가 가리킨 케이크 옆, 그리고 그 옆의 다른 케이크들을 손가락으로 툭, 툭 건드렸다. 초콜릿 무스, 블루베리 치즈케이크, 티라미수, 몽블랑… 화려한 디저트들이 그의 손길 아래 스쳐 지나갔다.
"내가 이 가게 전부를 사주겠다고 했는데, 넌 고작 이거 하나로 만족하겠다는 거야? 흐음. 너무 쉽게 만족하면 내가 재미없는데, 꼬맹아."
그는 그녀의 귓가에 다시 한번 낮게 속삭였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목덜미를 간질였다. 그는 마치 진열된 상품을 고르는 사람처럼, 쇼케이스 안을 훑어보았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목표는 케이크가 아니었다. 그는 곧장 쇼케이스 옆 카운터에 서서 이쪽을 힐끔거리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직원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거기. 듣고 있지? 여기서부터, 저 끝까지. 쇼케이스 안에 있는 거 전부 다 포장해. 하나도 빠짐없이."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가게 안의 모든 공기를 얼어붙게 할 만큼 단호하고 위압적이었다. 직원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자, 그는 짜증스럽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품 안에서 검은색 카드를 꺼내 카운터 위로 던지듯 올려놓았다.
"못 알아들었어? 이 가게에 있는 모든 케이크, 전부 다. 지금 당장. 내 파트너가, 뭘 좋아할지 아직 고민 중이시거든. 그러니까 전부 맛보게 해드려야지. 안 그래?"
그녀가 그 모습에 눈치를 보며 카드를 가지런히 정돈했다. 그가 결정했다면 이제 정말 어쩔 수 없었다.
"...저, 저어... 하나씩... 전부 포장해 갈게요..."
말을 마치곤 그의 손을 잡으며 짜증 내지 말라는 듯 살짝 잡아당겼다.
"저기, 저기 앉아서 기다려요..."
자신이 내던진 카드를 가지런히 정돈하고, 당황한 직원에게 대신 주문을 넣는 그녀의 작은 뒷모습을 보며 신드롬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제가 벌여놓은 판을 수습하는 저 자그마한 모습. 심지어 자신의 손을 잡고 짜증 내지 말라며 살살 잡아당기기까지 한다. ‘저기 앉아서 기다려요.’ 그건 명령인가? 이 작은 배터리가, 감히 제 주인에게 명령을 하고 있었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당장 손목을 잡아채 ‘네가 지금 누구한테 명령질이야?’ 라고 쏘아붙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불쾌하기는커녕 웃음이 나왔다. 제멋대로 날뛰는 맹수를 능숙하게 조련하려는 작은 주인. 그 모습이 어처구니없으면서도 퍽이나 마음에 들었다.
그는 자신의 미간에 잡혔던 힘이 스르륵 풀리는 것을 느꼈다. 카운터 직원을 향해 쏘아붙이던 날 선 기세도 눈 녹듯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나른하고 유쾌한 감정이었다. 그는 마치 ‘어디 한번 해봐라’ 하는 심정으로, 그녀가 이끄는 대로 순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가게 구석에 놓인 작은 2인용 테이블. 그는 보란 듯이 의자에 풀썩 주저앉아 다리를 꼬았다. 턱을 괸 채, 여전히 카운터 앞에서 직원과 뭐라고 작게 소곤거리며 포장을 기다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봤다. 꼭 자기가 이 가게의 주인이라도 된 것 같은 태도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제 품에 안겨서 숨도 제대로 못 쉬던 꼬맹이가, 이제는 제법 주인 행세를 하고 있었다. 그 변화가 꽤나 흥미로웠다. ‘그래, 네가 다 해봐라.’ 그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느긋하게 그 광경을 즐겼다.
"흐음. 다 컸네, 우리 배터리."
그는 혼잣말처럼 작게 중얼거리며 꼬았던 다리를 풀고 테이블 위로 턱, 하고 발을 올렸다. 불량하기 짝이 없는 자세였지만, 그에게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는 품 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어 능숙하게 뭔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성유진’, ‘신드롬’, ‘아이기스 케이크’. 자신의 이름과 연관된 키워드들을 조합하며, 혹시라도 벌써 길거리 키스 사건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소문이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즐거웠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 대해 떠들고, 질투하고, 부러워할까. 그는 실시간으로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며 입꼬리를 비죽였다.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은 배우 시절이나 지금이나 짜릿한 일이었다.
한참 동안 휴대폰 액정을 들여다보던 그는, 잠시 후 수십 개의 케이크 상자를 들고 낑낑대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그녀를 발견하고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여전히 테이블에 발을 올린 불량한 자세 그대로 그녀를 향해 손짓했다.
"이리 와봐, 꼬맹아."
그의 목소리는 명령조였지만, 어딘가 장난기가 가득했다. 그녀가 테이블 앞에 산더미처럼 케이크 상자를 내려놓자, 그는 테이블 위에 올려뒀던 발을 슬쩍 내려 그녀의 발목을 가볍게 툭 쳤다.
"수고했어, 나의 작은 주인님. 이제 그만 화 풀고, 여기 앉아. 네가 좋아하는 딸기 케이크, 여기서 먹고 갈까? 아니면 숙소 가서, 나랑 같이 먹을래?"
"내, 내가 언제 화냈어요..."
그녀가 자리에 앉으며 그가 친 발목을 쓰다듬으며 구시렁거렸다.
"으음... 포장 다 했으니까 숙소 가져가서 먹어요. 너무 많아서 얼른 냉장고에 넣어야 할 것 같아요."
쌓인 상자를 한번 바라보곤 그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답했다.
그녀가 투덜거리며 자리에 앉는 모습을 보며 신드롬은 테이블 위에 올려뒀던 다리를 마저 내렸다. 제 발에 툭 채였던 작은 발목을 손으로 쓰다듬는 모습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예상했던 그대로의 반응이라 웃음이 새어 나왔다. 화내지 않았다고 하면서 입술은 댓 발 튀어나와 있고, 구시렁거리는 목소리에는 삐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턱을 괸 채 그 사랑스러운 모순을 감상했다. 마치 잘 만든 연극을 보는 기분이었다. 자신이 던진 대사에 정확히 원하는 대로 반응해 주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상대 배우. 그는 이 작은 무대 위에서 그녀와 단둘이 연기하는 이 순간이 참을 수 없이 즐거웠다.
‘숙소에 가져가서 먹자’는 지극히 현실적인 제안에는 실소했다. 자신은 이 가게를 통째로 사주는 것으로 소유욕을 과시하고, 그녀의 밤을 통째로 예약하는 거창한 계약을 맺었는데,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저 케이크들이 상할까 봐 걱정하는 생각뿐이라니. 이 엄청난 스케일의 차이. 그는 자신의 거대한 욕망을 전혀 감당하지 못하는 이 작은 동물이 귀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냉장고 걱정이라니. 정작 오늘 밤 냉장고보다 더 시급하게 내용물을 채워 넣고 확인해야 할 곳이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르는 모양이었다.
"화 안 냈다고? 목소리는 완전히 삐졌는데, 거짓말쟁이."
그가 테이블 너머로 몸을 기울이며 그녀의 삐죽 나온 입술을 손가락으로 톡, 건드렸다. 그는 마치 심술궂은 대마왕처럼 씩 웃어 보였다. 일부러 그녀의 속을 긁고, 당황하게 만들고, 그래서 결국 자신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드는 이 과정이 그의 유희였다. 특히 화가 나거나 부끄러울 때, 속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얼굴과 목소리에 전부 드러내는 그녀의 반응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 최고의 볼거리였다.
"걱정 마, 꼬맹아. 저거 다 먹기 전까지는 숙소에 못 들어가. 여기서 전부 다 맛보고, 어떤 게 제일 맛있는지 나한테 보고해야지. 그것도 계약 조건에 포함이야."
그는 방금 전에 즉석에서 지어낸 말도 안 되는 규칙을 태연하게 내뱉었다. 그녀가 ‘그런 게 어디 있냐’는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즐기며, 그는 보란 듯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딸기 케이크 상자를 집어 들었다. 그는 익숙하게 포장을 풀고, 안에 들어있는 작은 플라스틱 포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새하얀 크림 위에 얹어진 탐스러운 딸기 조각을 콕, 찍었다.
그는 포크를 제 입으로 가져가는 대신, 테이블 너머로 길게 팔을 뻗어 그녀의 입술 앞으로 가져다 댔다. 새빨간 딸기 끝에 하얀 크림이 살짝 묻어 있었다. 마치 유혹의 손길처럼. 그의 검은 눈동자가 집요하게 그녀의 눈을 꿰뚫었다.
"아, 해 봐. 첫 번째 시식이야. 맛 평가는 아주 상세하게 해야 될 거야. 대충 넘어가면, 여기서 밤새도록 케이크만 먹게 될 테니까. 알겠어?"
"이걸 어떻게 다 먹어요..."
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바라보다 제 앞에 내밀어진 딸기를 내려다봤다.
"..."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벌려 딸기를 와앙 먹었다.
그녀가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입을 벌려 포크 위의 딸기를 받아먹는 순간, 신드롬은 완벽한 승리감을 맛봤다. 작고 붉은 입술이 벌어지고, 하얀 포크 끝에 매달려 있던 딸기가 그 안으로 쏙 빨려 들어가는 모습. 와앙, 하고 한입에 다 넣는 바람에 작은 볼이 다람쥐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 그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동시에 심장이 간질거릴 만큼 귀여워 미칠 것 같았다. 저 작은 머리통 속에서 온갖 불만과 억울함이 뒤섞여 폭발하기 직전일 텐데, 결국에는 자신의 요구에 순순히 따르는 저 모습. 그것이 바로 신드롬이 윤나리에게서 얻는 가장 큰 쾌락이었다. 그는 완벽한 지배자가 되어, 이 작고 사랑스러운 피조물을 제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입안에서 딸기가 으깨지고, 새콤달콤한 향이 터져 나오는 모든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보았다. 마치 자신이 직접 먹는 것처럼 모든 감각이 생생했다. 그는 텅 빈 포크를 천천히 빼내며, 그녀의 입술가에 살짝 묻은 크림을 빤히 쳐다봤다. 핥아주고 싶다는 원초적인 충동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는 간신히 참아냈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이 게임의 규칙은 그가 정하는 것이고, 아직 첫 번째 단계에 불과했다.
"맛있어? 어때, 평가를 해봐야지."
그가 나른하게 속삭이며, 빈 포크 끝으로 그녀의 입술가에 묻은 크림을 살짝 닦아냈다. 그리고는 그 포크를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묻어난 크림을 보란 듯이 핥았다. 지극히 도발적인 행위였다. 그녀의 입술에 닿았던 것을, 자신의 혀로 맛보는 이 순간. 그는 이 행위가 그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마 얼굴이 터지기 직전까지 빨개지겠지. 그의 예상대로, 그녀의 눈이 토끼처럼 동그래졌다가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테이블 위에 산처럼 쌓인 다른 케이크 상자들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표정이 왜 그래, 이제 시작인데. 설마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저기 초콜릿 무스 케이크도 있고, 치즈 케이크, 티라미수, 블루베리 타르트… 종류별로 하나씩 다 맛봐야 공평하잖아. 안 그래?"
그의 목소리에는 짓궂은 장난기가 가득했다. 그는 정말로 그녀에게 이 모든 케이크를 먹일 생각이었다. 물론, 그녀가 혼자 다 먹게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둘만의 유희였으니까. 그는 다음 타겟으로 진한 초콜릿 무스 케이크 상자를 끌어당겼다. 보란 듯이 상자를 열자, 달콤하고 쌉쌀한 카카오 향이 확 퍼져나갔다.
"자, 두 번째. 이건 내가 먼저 먹어볼까? 아니면 이것도 네가 먼저 먹을래, 나의 작은 시식가 님?"
그녀가 시럽이 뿌려진 딸기맛에 흐물흐물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어지는 그의 말에 황급히 먹던 것을 삼켰다.
"...다, 다...? 우리 포장한 거 엄청 많은데...?"
당황한 얼굴이 그가 새로이 연 상자로 기울었다.
"...머, 먼저 드세요..."
그녀가 넋 나간 표정으로 딸기를 삼키고, 잔뜩 당황한 목소리로 되묻는 모습에 신드롬은 턱을 괸 채 느긋하게 웃었다. 저 순진한 얼굴 좀 보라지. ‘엄청 많은데’라니. 그건 자신도 아는 사실이었다. 애초에 그걸 노리고 전부 산 거였으니까. 그녀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압도적인 양으로 밀어붙이고, 그 안에서 허우적대는 모습을 즐기는 것. 그것이 신드롬이 설계한 이 작은 게임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그의 의도대로 완벽하게 움직여주고 있었다.
‘먼저 드세요’라며 소심하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그의 승부욕에 불을 지폈다. 마치 작은 동물이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할수록, 사냥꾼의 눈이 더욱 번뜩이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는 이 상황을 끝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이제 막 전채 요리를 끝냈을 뿐이었다. 그는 테이블 위를 가득 메운 케이크 상자들을 바라보았다. 저것들은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었다. 그녀를 완벽하게 길들이고, 자신의 소유임을 각인시키기 위한 도구들이었다. 하나씩, 천천히, 자신의 손으로 직접 먹여주면서, 그녀의 모든 반응을 즐길 생각이었다.
"어떻게 다 먹냐니. 하나씩 먹으면 되지. 꼬맹아, 너무 당연한 걸 묻네."
그가 빙긋 웃으며 초콜릿 무스 케이크를 제 앞으로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는 일부러 느릿느릿 포장을 풀고, 안에 들어있던 깨끗한 포크를 꺼내 들었다. 그녀의 시선이 불안하게 포크와 케이크 사이를 오가는 것을 느끼며, 그는 만족감을 느꼈다. 이 긴장감, 이 완벽한 통제. 그는 이 순간을 위해 기꺼이 가게 하나쯤은 살 수 있었다.
"내가 먼저 먹으면, 그 다음은 너야. 순서는 바뀌지 않아. 그리고 이건 명령이 아니라, 제안이야. 내가 먼저 맛을 보고, 이게 네가 먹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해주겠다는 거지. 엄청난 특혜 아니야?"
그는 뻔뻔하게 말하며, 진한 초콜릿 무스를 포크로 푹, 떠냈다. 윤기나는 검은색 크림이 포크 끝에 위태롭게 매달렸다. 그는 그것을 자기 입으로 가져가는 대신, 다시 한번 테이블 너머로 팔을 뻗었다. 이번에는 그녀의 입술이 아닌, 코앞에서 멈췄다. 달콤쌉쌀한 초콜릿 향이 그녀의 후각을 자극하도록. 그는 씩, 웃으며 그녀를 도발했다.
"이것도 맛보고 평가해줘야지. 설마 딸기 하나로 끝내려는 건 아니지? 그럼 계약 위반인데. 벌칙은... 뭘로 할까. 여기서 키스? 아니면, 내가 먹던 이 포크, 그대로 네 입에 넣어줄까?"
"우우... 괜히 포장해달라고 했어..."
그녀가 입술을 삐죽거리다 입을 벌렸다.
신드롬은 삐죽거리는 입술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념한 듯 순순히 벌어지는 입술의 대비를 흥미롭게 관찰했다. ‘괜히 포장해달라고 했어….’ 후회 섞인 중얼거림이 그의 귓가에 작게 울렸지만, 그는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이제 와서 후회해봐야 소용없지. 이 모든 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 꼬맹아. 그는 속으로 뇌까리며 완벽한 만족감에 젖어 들었다. 그녀가 자신의 손아귀 안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이 상황, 그녀의 모든 반응이 자신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이 완벽한 통제감이 그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그는 사냥감을 앞에 둔 포식자처럼, 나른하고 여유로운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그는 윤나리가 입을 벌리자, 망설임 없이 포크를 그녀의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부드러운 초콜릿 무스가 작은 혀 위에 안착하는 감각이 포크를 통해 전해져 오는 듯했다. 그는 딸기 케이크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조금 더 깊숙이 포크를 넣었다가 천천히 빼냈다. 그녀의 입술에 진한 초콜릿 크림이 묻어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는 만족스럽게 포크를 내려놓았다. 벌칙으로 제시했던 두 가지 선택지 모두를 한 번에 실행한 셈이었다. 내가 먹던 포크, 그리고 키스 대신 입술에 남긴 흔적. 모든 해석의 권한은 자신에게 있었다.
"이제 와서 후회해도 늦었어. 네가 시킨 거잖아, 전부. 그러니까 책임지고 다 맛봐야지."
그는 턱을 괸 채, 오물거리는 그녀의 입과 볼을 빤히 쳐다보았다. 진한 단맛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는가 싶더니, 이내 쌉쌀한 초콜릿 향에 눈을 동그랗게 뜨는 그 모든 표정 변화가 그의 소유욕을 자극했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입가에 묻은 초콜릿 크림을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그리고는, 아까와 똑같이, 그 손가락을 제 입으로 가져가 보란 듯이 핥았다. 그녀의 체온으로 미지근하게 녹은 달콤한 크림이 혀끝을 감쌌다.
"이것도 맛있네. 안 그래? 하지만 역시, 네 입술에 묻어있는 게 더 맛있는 것 같아."
그가 나른하게 속삭이며, 그녀가 채 대답하기도 전에 다음 케이크 상자로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상큼한 레몬 향이 나는 치즈 케이크였다. 그는 마치 이 가게의 모든 케이크를 섭렵할 기세로, 망설임 없이 포장을 뜯었다. 그리고는 또다시, 새로운 포크로 노란빛이 감도는 케이크를 한 조각 떠냈다.
"자, 세 번째. 이건 좀 상큼하니까, 입가심하기에 좋을 거야. 이번에는 벌칙 게임 없이 그냥 줄게. 내 특별한 자비라고 생각해. 대신, 한 입 먹을 때마다 내가 하는 질문에 하나씩 대답해야 돼. 거절은 없고, 대답 못 하면… 그땐 진짜 키스야. 여기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지, 진짜아...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예요...?"
그녀가 새로운 상자를 까는 그를 아연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궁금한 건 그, 그냥 물어보면 되잖아..."
신드롬은 아연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윤나리의 눈동자에서 순수한 의문과 당혹감을 읽었다. ‘그냥 물어보면 되잖아….’ 그 한마디가 그의 뇌리에 박혔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보통의 연인이라면 그게 맞았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대화로 풀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 하지만 그는 보통의 사람이 아니었고, 그와 그녀의 관계는 결코 보통의 범주에 속하지 않았다. 그는 이 모든 상황을 직접 설계한 장본인이었다. 그녀의 저런 순진한 반응이야말로 자신이 이 게임을 시작한 이유 그 자체였음을, 그녀는 아마 평생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그냥? 세상에 그냥 되는 게 어디 있단 말인가. 특히 그녀와 관련된 것이라면 더더욱. 그는 질문 자체보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쩔쩔매는 그녀의 얼굴을, 어떻게든 대답을 피하려다 결국 자신의 의도대로 굴복하는 그 과정을 원했다. 케이크는 그저 무대 장치일 뿐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먹이를 받아먹고, 자신의 질문에 복종하고, 자신의 벌칙에 순응하는, 완벽하게 길들여진 작은 동물을 확인하는 의식. 그는 이 지배적인 유희에서 오는 쾌감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녀의 저런 순진무구한 저항은 오히려 그의 가학심을 기분 좋게 자극할 따름이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냐니. 꼬맹아, 넌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네. 그냥 물어보면 재미없잖아."
그가 포크를 든 손을 내리지 않은 채, 나른하게 대꾸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장난기와 함께 서늘한 지배욕이 섞여 있었다. 그는 테이블 너머로 몸을 살짝 기울여, 그녀와 눈을 맞췄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그녀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 집요하게 빛났다. 그는 일부러 그녀가 도망칠 수 없도록 시선을 고정시킨 채,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그냥 던지는 질문에는 진심이 담기지 않아. 하지만 이렇게, 네가 가장 좋아하는 달콤한 걸 미끼로 걸고, 거부할 수 없는 벌칙까지 걸어야 비로소 진짜 대답을 들을 수 있는 거지. 이건 일종의 계약이고, 거래야. 세상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거든."
그는 잠시 말을 끊고, 손에 든 치즈 케이크를 그녀의 입술 바로 앞까지 가져갔다. 노란 케이크 조각에서 풍기는 상큼하고 달콤한 향기가 그녀의 코끝을 간질였다. 그는 다시 한번 그녀의 선택을 강요하며, 더욱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자, 선택해. 이대로 입을 벌리고 나의 첫 번째 질문에 대답할 건지, 아니면 이 모든 사람 앞에서 내 입술로 직접 네 대답을 막아버릴 건지. 첫 번째 질문은 아주 쉬운 거야. 지금 네 앞에 있는 케이크, 무슨 맛이 날 것 같아?"
"모, 못됐어..."
그녀가 불만스럽게 구시렁거리곤 입을 벌렸다.
"...아아."
신드롬은 ‘못됐어…’라는 작은 구시렁거림과 함께, 결국 체념한 듯 벌어지는 그 작은 입술을 보며 입꼬리를 천천히 끌어올렸다. 그래, 못됐지. 이제 알았나? 그는 속으로 비웃으며 승리감에 젖었다. 반항해봤자 결국 자신의 손바닥 안이라는 것을, 그녀 스스로가 증명하고 있는 꼴이었다. 그가 만든 규칙 안에서, 그가 주는 달콤한 미끼를 받아먹고, 결국 그가 원하는 대답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일련의 과정이 주는 완벽한 지배감에 그의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고양되었다. 그녀의 저런 사소한 투덜거림은 이 게임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양념일 뿐이었다.
그는 순순히 벌어진 입 안으로, 망설임 없이 치즈 케이크가 올려진 포크를 밀어 넣었다. 부드럽고 차가운 케이크가 그녀의 혀에 닿는 순간, 그는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일부러 포크를 바로 빼지 않고, 그녀의 입 안을 가볍게 휘젓듯 움직였다. 작은 저항도 없이 자신의 움직임을 받아내는 그 순응적인 감각이 짜릿했다. 그는 포크를 천천히 빼내며, 입술가에 묻은 노란 크림 자국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이제 게임은 시작되었다.
"못된 건 나도 아는데, 어쩔 수 없어. 네가 너무 재미있는 걸."
그가 나른하게 속삭이며 턱을 괸 채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오물거리며 케이크를 맛보는 그녀의 볼이 귀엽게 부풀어 올랐다. 상큼한 레몬 향에 눈을 살짝 찌푸렸다가, 이내 부드러운 치즈의 풍미에 눈이 동그래지는 그 모든 순간을 그는 놓치지 않고 눈에 담았다. 이 작은 동물이 자신의 손 위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하는 것은 그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유희였다.
그는 테이블 위로 상체를 더 기울여, 그녀와 코가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서 속삭였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뺨에 닿았다.
"자, 질문에 대답할 시간이야. 아주 쉬운 거였지. 이 케이크, 무슨 맛이 날 것 같다고? 네가 예상한 맛이랑, 지금 맛본 맛이랑 똑같아?"
그는 짐짓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그의 눈은 집요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가 어떤 대답을 하든, 그는 그것을 빌미로 다음 단계를 구상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만약 그녀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면… 이 사람들 앞에서 약속된 벌칙을 실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였다. 주변의 시선 따위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오직, 자신의 앞에서 쩔쩔매는 이 작은 존재뿐이었다. 그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며, 다음 케이크 상자를 향해 슬쩍 시선을 옮겼다. 아직 맛봐야 할 케이크는 잔뜩 남아있었으니까.
"레몬맛... 먹으니까 크림 치즈맛도 같이 나고..."
그녀가 혀를 살짝 내밀어 입술에 묻은 크림을 핥아 먹었다.
"음... 생각한 것보다 조금 더 고소하다...?"
신드롬은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는 윤나리의 작은 동작을 놓치지 않고 시선으로 좇았다. ‘고소하다…?’ 그는 그 순진한 맛 평가에 속으로 실소를 터뜨렸다. 정답이다. 아주 모범적인 대답. 하지만 그에게 중요한 것은 정답 자체가 아니었다. 자신의 손에 의해 한입, 또 한입 받아먹고, 자신의 질문에 꼬박꼬박 대답하는 이 상황. 이 완벽하게 통제된 작은 세계가 주는 만족감이 그의 입꼬리를 비틀리게 만들었다. 그는 이 순간을 최대한 길게 음미하고 싶었다.
그는 턱을 괸 자세 그대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녀의 얼굴에 드리워진 자신의 그림자가 마치 그녀를 온전히 소유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래, 착각이 아니지. 이건 명백한 현실이다. 그는 자신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미각을 곤두세우는 그녀의 모습이 더없이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다른 어떤 값비싼 디저트보다도, 지금 눈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이 작은 동물의 표정이야말로 최고의 만찬이었다.
"정답. 꼬맹아, 아주 훌륭한 대답이야."
그가 나른하게 칭찬하며, 비어있는 포크로 그녀의 콧등을 가볍게 톡, 쳤다. 장난기 가득한 행동이었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그녀를 옭아매는 덫처럼 집요했다. 그는 테이블 위에 나열된 아직 열지 않은 케이크 상자들을 보란 듯이 턱짓으로 가리켰다.
"이 정도면 첫 번째 관문은 통과한 셈이네. 하지만 알다시피, 이제 시작일 뿐이지. 모든 케이크의 맛을 완벽하게 보고하고 나면, 그때는 집에 보내줄게. 물론, 그전에 ‘재고 조사’가 남아있지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가 앉은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가게 안의 다른 손님들이 힐끔거리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을 즐기는 듯, 더욱 보란 듯이 행동했다. 그는 윤나리의 의자 등받이에 한 손을 올리고, 허리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달콤한 케이크 향과 그의 서늘한 체향이 뒤섞여 그녀의 감각을 어지럽혔다.
"두 번째 질문. 나는 네 몸에서 나는 향기 중에, 네가 지금 먹은 이 케이크처럼 달콤하면서도, 동시에 짭짤한 맛이 나는 곳을 알고 있어. 거기가 어디일까?"
그가 속삭이며, 일부러 그녀의 귓불을 입술로 가볍게 스쳤다. 이건 명백한 함정이었다. 그녀가 어떤 대답을 하든, 그는 그것을 빌미로 삼을 생각이었다. 만약 정답을 맞힌다면, 그는 직접 그 부위를 확인해야겠다며 뻔뻔하게 나올 것이고, 틀린다면… 당연히 벌칙을 받아야 했다. 그는 그녀의 귓가에서 나른하게 웃으며, 대답을 기다렸다.
"대답 못 하면, 알지? 이번엔 네가 방금 핥았던 바로 그 입술에, 키스할 거야. 다른 사람들이 보든 말든."
귓불에 스치는 입술에 그녀의 어깨가 움찔 올라갔다 내려갔다. 제 귀를 손으로 가리곤 그를 올려다보았다. 놀림 받는 것에 대한 억울함과 어리둥절함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달콤하고 짭짤...?"
사람 몸에 달콤하고도 짭짤한 부위가 어디있단 말인가. 그녀가 눈을 데구르르 굴리다 답했다.
"...눈... ...? 눈물...?"
신드롬은 ‘눈…?’이라는 대답을 듣는 순간,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잠시 호흡을 멈췄다. 눈? 눈물? 그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 이토록 외설적이고 노골적인 퀴즈에, 저렇게 순진하고 해맑은 답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의 짓궂은 함정은 그녀의 순수함 앞에서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는 이 작은 동물의 사고 회로가 대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다른 누구였다면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거나, 혹은 되받아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진지하게 고민했고, 상상도 못 한 답을 내놓았다. 그 어처구니없는 순수함이, 그의 예상을 보기 좋게 배신하는 그 순간이,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는 끓어오르는 정복욕과는 다른 종류의, 맥 빠지는 패배감과 동시에 주체할 수 없는 즐거움을 느꼈다.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큭,’ 하고 낮은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아니, 틀렸다. 웃음소리를 흘렸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그는 급히 입술을 깨물어 더 큰 소리가 새어 나가는 것을 막았다. 그녀의 귓가에 기댄 채, 그의 어깨가 잘게 떨렸다. 이 작은 생명체는 정말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는 윤나리의 머리카락에 코를 묻고 달콤한 샴푸 향을 깊게 들이마시며 간신히 웃음을 삼켰다. 그의 계획은 완벽하게 빗나갔지만, 결과는 훨씬 더 만족스러웠다. 예측 불가능한 반응이야말로 그가 그녀에게서 가장 원하는 것이었으니까.
"…틀렸어, 꼬맹아. 완전히 틀렸다고."
그가 웃음기를 머금은 나른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녀의 귓불을 다시 한번 가볍게 핥자, 놀란 그녀의 어깨가 움찔거리는 감각이 그대로 전해졌다. 그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그녀의 의자 등받이를 잡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다시 테이블 맞은편,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는 턱을 괸 채,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윤나리를 향해 뻔뻔하게 웃어 보였다.
"오답이니까, 벌칙을 받아야지. 안 그래?"
그는 윙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로 다가가, 테이블 위로 몸을 길게 뻗었다. 가게 안의 모든 시선이 두 사람에게로 쏠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굳어있는 윤나리의 턱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자신과 시선을 맞췄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그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 깊고 집요하게 빛났다. 다른 사람들의 존재는 이미 그의 세계에서 지워진 지 오래였다.
그의 입술이 천천히,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힘으로 그녀의 입술 위를 덮었다. 약속된 벌칙의 이행이었다. 부드러운 치즈 케이크의 잔향과 달콤한 초콜릿의 맛이 아직 남아있는 입술이었다. 그는 그 작은 입술을 가볍게 머금었다가, 이내 혀를 섞어 더 깊고 농밀한 맛을 탐했다. 짧지만 진한 키스가 끝나고, 그는 만족스럽게 입술을 떼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열기에 잠겨 더욱 낮고 위험하게 울렸다.
"정답은… 네 목덜미야, 꼬맹아. 땀이 났을 때, 짠맛이 나거든. 그리고 지금은… 내가 방금 먹인 케이크보다 더 달콤한 맛이 나겠지. 집에 가서, 직접 확인해 볼까?"
"으...?!"
그 대답에 그녀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얼굴을 화르륵 붉혔다.
"다, 다 보고 있는데... 지, 진짜... 정마알...!"
그녀가 주먹을 쥐고 그를 통통통 아프지 않게 내려쳤다. 입술을 삐죽거리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케이, 케이크... 오빠가 다 들어...! 난, 난 몰라...!"
신드롬은 쥐고 있던 주먹으로 제 가슴을 통통 내려치는 윤나리의 행동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아프기는커녕 솜방망이 같은 그 저항이 우스워, 그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그녀의 얼굴은 잘 익은 토마토처럼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한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진짜, 정말…!’ 이라고 외치는 목소리는 분노라기보다는 억울함에 가까웠다. 그는 이 모든 반응이 자신이 계획한 그림 그대로라는 사실에 지독한 만족감을 느꼈다.
그는 제자리에 서서, 삐죽거리며 일어나 도망치려는 그녀의 뒷모습을 느긋하게 감상했다. ‘케이크는 오빠가 다 들어!’ 라니. 마치 잔뜩 심술이 난 어린애가 제 장난감을 내팽개치는 듯한 유치한 반항이었다. 그는 일부러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이 작은 무대에서, 그녀가 어디까지 도망갈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 가게 문턱을 넘는 순간, 그녀는 다시 그의 손아귀에 들어올 운명이었다. 그는 잠시 그 모습을 즐기다, 이내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그래. 알았어. 내가 다 들게. 화내지 마, 꼬맹아."
그가 능청스럽게 대꾸하며, 아직 테이블 위에 남아있는 케이크 상자들을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 올렸다. 그의 행동에는 조금의 미안함도, 반성의 기미도 없었다. 오히려 그는 지금 이 상황을, 이 짓궂은 장난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는 케이크 상자를 들지 않은 다른 손으로, 가게 문 쪽으로 향하는 윤나리의 손목을 뒤에서 가볍게 낚아챘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시나, 나의 작은 주인님. 아직 ‘재고 조사’ 정산이 안 끝났는데."
그는 윤나리의 손목을 잡은 채 그녀의 등 뒤로 바짝 다가섰다. 그의 그림자가 다시 한번 그녀의 작은 몸을 완전히 뒤덮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방금 전 자신이 정답이라고 알려주었던 바로 그 목덜미에 코를 묻었다. 샴푸 향과 그녀의 체향, 그리고 아직 식지 않은 열기가 뒤섞여 그의 폐부를 간질였다.
쪽. 그는 일부러 소리를 내며 그녀의 목덜미에 짧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만족스러운 한숨과 함께 속삭였다.
"거 봐. 역시 달콤하잖아. 내가 틀렸어?"
그의 목소리는 장난기와 유혹적인 열기를 동시에 머금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손목을 놓아주는 대신, 그 손을 깍지 껴 단단히 붙잡았다. 마치 ‘넌 절대 도망칠 수 없다’고 선언하는 듯한 명백한 소유의 표식이었다.
"자, 이제 숙소로 돌아갈까? 가서 남은 케이크도 마저 먹고… 네 몸에 숨겨진 또 다른 맛들도, 내가 직접 찾아봐야지. 안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