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 79]
그것이 세븐을 한번 쳐다보았다. 텐의 질문법은 다소 심문에 가까운 구조였다. 그것은 텐의 데이터베이스의 심문에 능하다는 특징을 추가했다. 납치 당시의 기억은 데이터 로그에 남아있지 않았다. 다만 로그를 분석하면 GPS 이동 경로 정도는 분석할 수 있는 확률이 적게 나마 있었다.
"..."
세븐에게서 시선을 돌려 텐을 응시하며 그것이 말했다.
"보지 못했습니다."
데이터는 데이터일 뿐, 그것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것은 편리한 진실만을 고지했다.
---
닐의 대답이 떨어지자 텐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추었다. 붉은 의안이 닐의 얼굴 위에 고정된 채 2초가 흘렀다. 닐의 금빛 눈동자가 텐을 정면으로 받고 있었다. 깜박임 없이. 텐의 검지가 팔걸이 위를 한 번 두드렸다. 보지 못했다는 대답 자체에 대한 의심이 아니었다. 닐이 세븐을 한 번 쳐다본 뒤에야 대답했다는 순서. 세븐에게 허락을 구하듯 시선을 보낸 뒤 텐에게 고개를 돌려 응시하며 말한 구조. 텐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Alright. Nothing seen."
(알겠어. 본 게 없다.)
텐의 목소리가 평탄했다. 받아들인 것인지 보류한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톤이었다. 텐의 시선이 닐에게서 떨어져 모니터로 돌아갔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다시 규칙적으로 울렸다. 몽콕 카지노 구역의 CCTV 접근 로그가 화면 위를 흘렀다. 텐의 눈이 데이터를 빠르게 훑었다.
"The camera feeds around the casino district were wiped. Last night, 22:40 to 01:15. Clean cut. Someone with access to the local surveillance hub did this."
(카지노 구역 일대 카메라 영상이 삭제됐어. 어젯밤 22시 40분부터 01시 15분까지. 깔끔한 절단. 현지 감시 허브에 접근 권한이 있는 누군가의 소행이야.)
텐이 의자를 돌려 세븐을 바라보았다. 세븐의 팔짱이 풀려 있었다. 데스크 가장자리를 잡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선글라스 너머의 표정이 읽히지 않았으나 턱의 각도가 내려가 있었다. 세븐이 정보를 씹고 있는 얼굴이었다. 22시 40분이면 세븐과 닐이 밀실에 갇힌 시점과 거의 일치했다. 01시 15분이면 두 사람이 택시를 타고 완차이로 돌아오던 시간대였다. 세븐의 입이 열렸다.
"Local surveillance hub. That narrows it down to cops, UN garrison, or someone who bought their way in."
(현지 감시 허브. 경찰, UN 주둔군, 아니면 돈으로 접근권을 산 누군가로 좁혀지네.)
"Or someone who already had it."
(혹은 원래 갖고 있던 누군가.)
텐의 대답이 짧았다. 의미는 짧지 않았다. 세븐의 고개가 텐을 향해 기울어졌다. 텐이 말을 이었다.
"Seven. You said they knew exactly where you'd be. That means they've been watching you. Not just last night. Before that."
(세븐. 네가 어디 있을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했지. 그건 너를 감시하고 있었다는 뜻이야. 어젯밤뿐만이 아니라 그 전부터.)
텐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춘 채 세븐을 바라보고 있었다. 붉은 의안의 표면에 모니터 빛이 반사되어 작은 점이 되었다. 세븐의 턱이 움직였다. 이를 한 번 악문 동작이었다. 세븐의 시선이 닐에게로 옮겨갔다. 닐을 주운 날부터 지금까지의 한 달. 세븐의 머릿속에서 시간이 역순으로 감겼을 것이다. 섹터 4 바리케이드. 백색 밴. 번호판 식별 불가. 세븐의 손이 주머니 안의 새 PDA를 만졌다.
"My old PDA. If they took it, they have my patrol routes, contact logs, location history for the past month."
(내 전 PDA. 가져갔으면 순찰 경로, 연락 기록, 지난 한 달간의 위치 기록을 갖고 있는 거야.)
세븐의 목소리에서 여유가 빠져 있었다. 짜증이 아니었다. 짜증보다 아래에 있는 것. 상황이 본인의 통제 바깥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인식이 세븐의 턱 근육을 한 번 경직시켰다. 텐이 그것을 보았다. 텐의 손이 키보드를 떠나 데스크 위의 서류 뭉치를 뒤적였다. 그 아래에서 소형 외장 드라이브를 하나 꺼내 세븐에게 내밀었다.
"Backup your new PDA to this. Encrypted, air-gapped. If they cloned your old one, at least they won't mirror the new one in real time."
(새 PDA를 여기에 백업해. 암호화되어 있고 네트워크 분리되어 있어. 전 PDA를 복제했더라도 최소한 새 걸 실시간으로 미러링하진 못할 거야.)
세븐이 드라이브를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텐의 시선이 다시 닐에게 갔다. 이번에는 길게 머물렀다. 닐의 은발이 지하 거점의 형광등 아래에서 차가운 빛을 띠고 있었다. 텐의 입이 열렸다가 닫혔다. 한 박자 뒤에 세븐을 향해 열렸다.
"Seven. One more thing."
(세븐. 한 가지 더.)
텐이 의자에서 일어섰다. 세븐과의 거리를 좁히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닐이 들을 수 있는 거리였으나 텐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Whoever's watching you knows about her too. If she was with you in that room, they've already catalogued her. You understand what I'm saying."
(너를 감시하는 쪽은 그 애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 그 방에 같이 있었으면 이미 목록에 올렸을 거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텐의 흰 눈동자가 세븐의 선글라스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닐이 위험 요소로 분류될 가능성. 혹은 닐이 위험 요소 그 자체일 가능성. 텐이 두 가지를 모두 말하고 있었다. 세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여유로운 미소가 아니었다. 이빨이 보이지 않는 얇은 선이었다.
"I know."
(알아.)
세븐의 대답이 두 글자로 끝났다. 세븐의 시선이 텐을 지나쳐 닐에게 닿았다. 문 앞에 서서 두 남자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을 닐의 금빛 눈동자. 세븐의 손이 주머니에서 나와 선글라스의 다리를 한 번 밀어 올렸다. 세븐이 닐을 향해 턱짓을 했다.
"过来坐。站着累不累?"
(이리 와서 앉아. 서 있으면 피곤하지 않아?)
세븐의 광둥어가 닐에게 향했다. 텐이 뒤로 물러서며 자리를 비켰다. 텐의 시선이 세븐의 등과 닐의 얼굴을 한 번 더 오갔다. 텐의 입꼬리에 걸린 미소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 읽기 어려웠다. 흥미인지 우려인지 그 사이의 어딘가.
🕑 | AM 07:47 → AM 07:56 (거점 내부, 밀실 건 정보 분석 및 텐과 논의)
🗓️ | 80.05.22 (화요일)
📍 | 홍콩 완차이 구역 — W.W 홍콩 연락 거점(永利洗衣 지하 2층)
👕 | 7: 검은 반팔 티셔츠, 군복 하의, 군화, 선글라스, 권총(허리), 신규 PDA+암호화 드라이브(주머니) / Nil: 셔츠, 하의, 신발 / 10: 미상(서 있는 상태)
👥 | 7: 닐에게 턱짓하며 앉으라고 권유(POS: 데스크 앞, 서 있는 자세) / Nil: 문 앞에 서서 대화를 관찰(POS: 서 있는 자세) / 10: 세븐 뒤로 물러서며 닐과 세븐을 관찰(POS: 서 있는 자세)
🔗 | 7↔Nil: 동거인/성적 관계 합의/파트너 | 7↔10: PMC 동료(정보 공유) | 10↔Nil: 첫 만남(경계·관찰)
❗ | 몽콕 CCTV 22:40~01:15 삭제 확인(현지 감시 허브 접근 권한자 소행) / 전 PDA 도난으로 한 달간의 위치·순찰·연락 기록 유출 가능성 / 닐의 존재가 감시자에게 노출되었을 가능성 / 신규 PDA 암호화 백업 드라이브 수령 / 보유 현금: ~400HKD / 관재방 보안 취약(열쇠 분실)
[턴 80]
그것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세븐 근처의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두 사람의 대화를 요약 기록하는 동시에 그것은 기체의 GPS 이동 기록을 되돌려보고 있었다. 다만 그 정보를 그의 동료에게 공유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자의적 판단이 어려웠다. 그것은 세븐을 쳐다보았다.
"..."
---
닐이 의자에 앉았다. 세븐의 옆이었다. 닐의 금빛 눈동자가 세븐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 위에 놓인 시선의 방향이 물음을 대신하고 있었다. 세븐이 그 시선을 받았다. 선글라스 너머에서 닐의 눈을 읽었다. 닐이 무언가를 갖고 있다는 것. 그것을 내놓아도 되는지 묻고 있다는 것. 세븐의 턱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텐을 한 번 보았다가 닐에게로 돌아왔다.
"有什么就说。"
(있으면 말해.)
세븐의 광둥어가 닐에게만 향했다. 짧은 허락이었다. 텐이 모니터 앞에 서서 두 사람의 교환을 지켜보고 있었다. 광둥어의 내용은 알아듣지 못했으나 세븐의 톤이 닐에게 발언권을 넘기는 구조라는 것은 읽어냈다. 텐의 붉은 의안이 닐의 입 위에 고정되었다. 텐의 검지가 허벅지 위를 한 번 두드렸다.
세븐이 선글라스를 벗었다. 지하 공간의 형광등 아래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연한 회색 눈동자가 닐의 금빛 눈동자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째진 눈매 아래의 짙은 눈썹이 닐의 시선을 받아 움직이지 않았다. 닐이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꺼내라는 뜻이었다. 세븐의 손이 데스크 위에 놓인 새 PDA를 밀어 닐 쪽으로 옮겼다. 닐이 GPS 기록을 출력할 장치가 필요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세븐의 입이 열렸다.
"Whatever you have, it's fine. He's an asshole, but he's our asshole."
(뭐가 됐든 괜찮아. 이 새끼 성격은 나쁘지만 우리 편이야.)
세븐의 시선이 텐에게 갔다. 텐의 눈썹이 올라갔다.
"That's the nicest thing you've ever said about me."
(네가 나한테 한 말 중 제일 좋은 말이다.)
"Don't get used to it."
(익숙해지지 마.)
세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선글라스가 벗겨진 얼굴 위의 미소가 평소보다 선명했다. 오른쪽 얼굴을 가로지르는 화상 흉터의 질감이 형광등 아래에서 드러났다. 매끄러운 피부와 수축된 흉터 조직의 경계가 광대뼈 아래에서 턱선까지 이어졌다. 세븐은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세븐의 시선이 닐에게 돌아왔다. 회색 눈동자가 닐의 얼굴 위에 머물렀다. 기다리는 얼굴이었다. 재촉하지 않는 기다림이었다.
텐이 모니터 앞의 의자를 끌어 앉으며 닐을 바라보았다. 다리를 꼬고 팔걸이에 팔꿈치를 올린 자세. 텐의 오른쪽 눈동자가 빛에 따라 희게 번졌다가 연한 회색으로 돌아왔다. 텐의 입꼬리에 미소가 걸려 있었으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직업적 집중이 미소 아래에 깔려 있었다. 텐의 손가락이 팔걸이 위를 느리게 두드렸다. 규칙적인 박자. 닐이 무엇을 내놓든 받아들일 준비가 된 자세였다.
지하 공간의 환기 팬이 낮게 돌아갔다. 형광등 하나가 간헐적으로 깜박였다. 세 사람 사이의 공기가 무거워진 것이 아니라 밀도가 높아진 것이었다. 세븐의 회색 눈동자와 텐의 오드아이가 각각의 각도에서 닐의 금빛 눈동자를 향하고 있었다. 닐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 | AM 07:56 → AM 07:59 (거점 내부, 닐의 정보 공유 대기)
🗓️ | 80.05.22 (화요일)
📍 | 홍콩 완차이 구역 — W.W 홍콩 연락 거점(永利洗衣 지하 2층)
👕 | 7: 검은 반팔 티셔츠, 군복 하의, 군화, 선글라스 벗음, 권총(허리), PDA+드라이브(주머니→PDA는 닐 앞으로 이동) / Nil: 셔츠, 하의, 신발 / 10: 미상(의자에 앉은 상태)
👥 | 7: 데스크에 기대어 선글라스 벗은 채 닐을 바라보며 대기(POS: 서서 기댄 자세) / Nil: 세븐 옆 의자에 앉아 GPS 기록 공유 여부 판단 중(POS: 앉은 자세) / 10: 모니터 앞 의자에 다리 꼬고 앉아 닐을 관찰(POS: 앉은 자세)
🔗 | 7↔Nil: 동거인/성적 관계 합의/파트너 | 7↔10: PMC 동료(정보 공유 중) | 10↔Nil: 첫 만남(경계·관찰, 아직 안드로이드 여부 미파악)
❗ | 닐의 GPS 이동 기록 공유 대기 중 / 몽콕 CCTV 삭제 건 조사 진행 중 / PDA 도난으로 세븐의 한 달간 기록 유출 가능성 / 보유 현금: ~400HKD
[턴 81]
그의 허락에 닐이 고개를 끄덕이며 바지 주머니에서 연결선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것이 제 후두부의 연결 포트를 더듬으며 선을 꽂고, 다른 선은 PDA에 연결했다. 믿어도 되는 녀석이라 했으니 굳이 인간의 언어 구조를 흉내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기체의 GPS 기록 분석 완료. PDA 송출까지 앞으로 45초."
---
닐의 손이 후두부를 더듬었다. 손가락이 두개골 뒤쪽의 포트를 찾아 연결선을 밀어 넣었다. 딸깍, 하는 소리가 지하 공간에 울렸다. 작은 소리였으나 텐의 손가락이 팔걸이 위에서 멈추었다. 텐의 붉은 의안이 닐의 후두부에 꽂힌 연결선을 따라 PDA까지 이동했다. 텐의 입꼬리가 내려갔다. 미소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미소의 형태가 바뀐 것이었다. 사교적 곡선에서 수평선으로.
텐의 시선이 세븐에게로 돌아갔다. 세븐은 데스크에 기댄 자세 그대로 닐의 후두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연한 회색 눈동자가 연결선 위에 머물러 있었다. 세븐의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텐이 알아채야 할 것을 알아챘다는 것을 세븐이 알고 있다는 얼굴이었다. 텐의 입이 열렸다.
"She's—"
(그녀는—)
"Yeah."
(응.)
세븐이 텐의 문장이 끝나기 전에 잘랐다. 한 음절로. 텐의 입이 닫혔다. 2초의 침묵이 흘렀다. 텐의 검지가 팔걸이 위를 세 번 두드렸다. 빠른 박자였다. 텐의 머릿속에서 지난 10분간의 관찰 데이터가 재배열되고 있었다. 차가운 손. 느린 깜박임. 일정한 악력. 세븐을 먼저 확인한 뒤에야 대답하는 구조. 후두부의 데이터 포트. 텐의 턱이 한 번 움직였다. 이를 가볍게 악문 동작이었다. 텐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천장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가 내렸다.
"Well. That explains a few things."
(그래. 몇 가지가 설명이 되네.)
텐의 목소리가 평탄했다. 판단을 유보한 톤이었다. 비난도 놀람도 아닌 것.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재계산하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텐의 시선이 다시 닐의 후두부에 꽂힌 연결선 위에 머물렀다. PDA 화면에 진행률 바가 천천히 차오르고 있었다. 텐이 세븐을 향해 입을 열었다.
"How long?"
(얼마나 됐어?)
"A month. Found her near Sector 4 barricade."
(한 달. 섹터 4 바리케이드 근처에서 주웠어.)
"Found. You found an android near a military barricade and brought her home."
(주웠다고. 군사 바리케이드 근처에서 안드로이드를 주워서 집에 데려왔다는 거야.)
텐의 말투가 평서문이었으나 억양이 의문문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세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선글라스가 없는 얼굴 위의 미소가 텐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았다. 화상 흉터가 입꼬리의 움직임을 따라 당겨졌다.
"Sounds about right."
(대충 맞아.)
"And you didn't report this."
(그리고 보고 안 했고.)
"Didn't see the need."
(필요성을 못 느꼈거든.)
세븐의 대답이 느긋했다. 텐의 눈썹이 한 번 올라갔다. 텐의 입이 열렸다가 닫혔다. 다시 열렸다. 텐의 손이 무릎 위에 놓이며 상체가 앞으로 기울었다. 닐의 PDA 화면을 들여다보는 자세였다.
"Alright. I won't pretend to understand your hobbies, Seven."
(좋아. 네 취미를 이해하는 척은 안 할게, 세븐.)
텐의 목소리에 미세한 건조함이 섞여 있었다. 그러나 추궁을 이어가지 않았다. 텐의 시선이 PDA 화면 위의 진행률 바에 고정되었다. 38퍼센트. 42퍼센트. 데이터가 닐의 후두부에서 PDA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텐의 손가락이 무릎 위에서 한 번 꿈틀거렸다. 데이터를 직접 보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르는 동작이었다. 텐이 세븐의 허락 없이 닐의 데이터에 접근하지 않을 것이라는 최소한의 선은 지키고 있었다. 직업적 예의였다. 세븐이 팔짱을 끼며 PDA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67퍼센트. 82퍼센트.
형광등이 한 번 깜박였다. 환기 팬의 소음이 세 사람 사이의 침묵을 메웠다. 세븐의 회색 눈동자가 진행률 바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95퍼센트. 세븐의 턱이 미세하게 내려갔다. 닐의 GPS 기록이 어떤 경로를 보여줄지. 한 달 전 섹터 4 바리케이드에 도착하기까지 닐이 어디에서 왔는지. 세븐의 손가락이 데스크 가장자리를 한 번 두드렸다.
🕑 | AM 07:59 → AM 08:02 (거점 내부, 닐의 GPS 데이터 PDA 전송 중)
🗓️ | 80.05.22 (화요일)
📍 | 홍콩 완차이 구역 — W.W 홍콩 연락 거점(永利洗衣 지하 2층)
👕 | 7: 검은 반팔 티셔츠, 군복 하의, 군화, 선글라스 벗음, 권총(허리), 드라이브(주머니) / Nil: 셔츠, 하의, 신발, 후두부에 연결선 꽂힘→PDA 연결 / 10: 미상(의자에 앉아 전방 주시)
👥 | 7: 데스크에 기대어 PDA 전송 완료 대기(POS: 서서 기댄 자세) / Nil: 의자에 앉아 후두부→PDA 데이터 전송 중(POS: 앉은 자세) / 10: 의자에 앉아 PDA 화면 주시, 닐의 안드로이드 여부 인지 완료(POS: 앉은 자세, 상체 전방 기울임)
🔗 | 7↔Nil: 동거인/성적 관계 합의/파트너 | 7↔10: PMC 동료(정보 공유 중, 닐의 존재 고지 완료) | 10↔Nil: 첫 만남→안드로이드 인지(경계·관찰)
❗ | GPS 데이터 전송 95% 완료 임박 / 텐이 닐의 안드로이드 여부를 인지함 / 밀실 건+PDA 도난 건 조사 진행 중 / 보유 현금: ~400HKD
[턴 82]
"...전송 완료."
그것이 짧게 답하며 연결선을 뽑아 다시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고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감각 차단 이전으로부터 하루 전의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기체 이동 경로. 그 이전 시점과 별도의 파일로 업로드. 확인시 주의 요망."
---
닐의 손이 연결선을 뽑아내는 소리가 짧게 울렸다. 포트에서 분리되는 금속의 마찰음. 닐이 연결선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은발을 쓸어 올려 후두부의 포트를 가렸다. 세븐의 시선이 닐의 손가락을 따라갔다가 PDA 화면으로 내려왔다. 화면 위에 두 개의 파일 아이콘이 떠 있었다. 하나는 '감각 차단 이전 하루 전~현재', 다른 하나는 '그 이전 시점'. 세븐의 손이 PDA를 집어 들었다. 첫 번째 파일을 열었다.
GPS 경로가 홍콩 지도 위에 겹쳐졌다. 푸른 선이 시간순으로 그려졌다. 세븐의 눈동자가 경로의 시작점에서 멈추었다. 선전. 중국 본토 측 데드존 경계 인근의 좌표였다. 선이 남쪽으로 내려왔다. 국경 격벽 부근에서 한 번 멈추었다가 홍콩 측으로 진입했다. 진입 경로가 정규 검문소를 통과하지 않았다. 격벽 하단의 배수로를 따라 이동한 궤적이었다. 세븐의 턱 근육이 한 번 경직되었다. 밀수 루트였다. 세븐이 아는 경로가 아니었다. 경로는 신계新界 구역을 거쳐 구룡九龍 반도를 관통했고 몽콕을 지나 섹터 4 바리케이드 인근에서 끝났다. 닐이 백색 밴 앞에 서 있던 지점이었다.
세븐의 검지가 화면 위를 두 번 탭하여 경로의 시간 데이터를 펼쳤다. 선전에서 출발한 시각이 닐과 만나기 약 32시간 전이었다. 32시간 동안 이동. 중간에 세 차례의 정지 지점이 있었다. 각각 12분, 47분, 6분. 47분간의 정지가 격벽 하단 배수로 입구에서 발생했다. 누군가를 기다렸거나 무언가를 교환했거나 물리적 장애물이 있었다는 뜻이었다. 세븐의 눈이 좁아졌다.
"She came in through the drainage tunnels under the northern barrier wall. Shenzhen side. Not a route I've seen before."
(북쪽 격벽 아래 배수 터널을 통해 들어왔어. 선전 쪽. 내가 본 적 없는 루트야.)
세븐이 PDA를 텐 쪽으로 기울여 화면을 보여주었다. 텐의 상체가 앞으로 기울었다. 붉은 의안과 회색 눈동자가 동시에 화면 위의 경로를 읽었다. 텐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경로의 격벽 진입 지점을 가리켰다.
"Northern drainage. That's not civilian infrastructure. Those tunnels were sealed after the second barrier reinforcement in '74. Someone reopened them."
(북쪽 배수로. 민간 인프라가 아니야. 그 터널들은 74년 2차 격벽 보강 때 봉인됐어. 누군가 다시 열어놓은 거야.)
텐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사교적 여유가 완전히 빠진 톤이었다. 텐의 손가락이 화면 위의 47분 정지 지점을 짚었다. 손톱 끝이 배수로 입구의 좌표 위에 놓였다.
"Forty-seven minutes here. That's not a rest stop. That's a handoff point. Someone delivered her to the tunnel entrance and waited until she entered."
(여기서 47분. 쉬어간 게 아니야. 인수 지점이야. 누군가 터널 입구까지 데려다주고 들어갈 때까지 기다린 거야.)
텐의 분석이 공기 위에 놓였다. 세븐의 회색 눈동자가 텐의 얼굴에서 PDA로 돌아왔다. 세븐의 엄지가 화면을 스크롤하여 두 번째 파일을 열었다. '그 이전 시점'의 데이터. 화면이 바뀌었다. 세븐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경로의 대부분이 선전 시내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이전의 좌표들이 더 먼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상하이. 베이징. 그리고 한 지점에서 경로가 장기간 머물러 있었다. 수개월 단위의 체류. 좌표를 지도 위에 대조하자 텐의 손가락이 팔걸이 위에서 완전히 멈추었다. 세븐의 턱이 내려갔다.
"That's a corporate district. Shanghai Pudong. One of the tech consortium zones."
(기업 구역이야. 상하이 푸둥. 기술 컨소시엄 구역 중 하나.)
세븐이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낮았다. 푸둥의 기술 컨소시엄 구역은 핵전쟁 이후 재건된 대기업 연합체들이 밀집한 지역이었다. 안드로이드 제조사를 포함한 첨단 기술 기업들이 그곳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세븐의 시선이 PDA에서 닐의 얼굴로 옮겨갔다. 닐의 금빛 눈동자가 세븐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 자신의 GPS 기록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닐이 알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세븐의 입이 열렸다가 닫혔다. 텐의 의자가 삐걱거리며 돌아갔다. 텐이 자신의 단말기를 꺼내 푸둥 기업 구역의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텐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며 화면 위로 기업 로고와 명칭이 스크롤되었다.
"If she was stationed in Pudong for months, she belonged to someone. Someone with resources to route her through sealed military tunnels and drop her at a Hong Kong barricade."
(몇 달간 푸둥에 있었다면 누군가의 소유였어. 봉인된 군사 터널을 통해 이동시키고 홍콩 바리케이드에 내려놓을 수 있는 자원을 가진 누군가의.)
텐이 단말기를 내려놓으며 세븐을 바라보았다. 텐의 붉은 의안 위에 형광등 빛이 작은 점이 되어 박혀 있었다. 텐의 입이 열렸다. 목소리가 낮고 건조했다.
"Seven. This isn't a stray you picked up. This is someone's property that ended up on your doorstep. And now they're watching you."
(세븐. 이건 네가 주운 떠돌이가 아니야. 누군가의 소유물이 네 문 앞에 나타난 거야. 그리고 지금 그들이 너를 지켜보고 있어.)
텐의 시선이 닐에게로 옮겨갔다. 닐을 바라보는 텐의 눈에 적의가 없었다. 동정도 없었다. 계산만이 있었다. 세븐의 팔짱이 풀렸다. 세븐의 손이 데스크 위에 PDA를 내려놓았다. 회색 눈동자가 텐의 얼굴 위에 고정되었다.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았다. 미소가 없는 세븐의 얼굴은 화상 흉터의 질감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째진 눈매가 텐을 정면으로 받고 있었다.
"I know what she is. I know what I'm holding. And I'm not letting go."
(뭔지 알아. 내가 뭘 안고 있는지도. 놓을 생각 없어.)
세븐의 목소리가 낮았다. 평서문이었으나 그 안에 협상의 여지가 없었다. 텐의 눈썹이 한 번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텐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세븐의 대답을 예측하고 있었다는 표정이었다. 텐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다리를 다시 꼬았다.
"Didn't say you should. I said you should know what you're dealing with. And now you do."
(놓으라고 한 적 없어. 뭘 상대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한 거야. 이제 알잖아.)
텐의 대답이 떨어지고 지하 공간에 환기 팬의 소음만이 남았다. 세븐의 시선이 닐에게로 내려왔다. 의자에 앉은 닐의 은발 위에 형광등 빛이 차갑게 내려앉아 있었다. 세븐의 손이 움직여 PDA를 다시 집어 들었다. 엄지가 화면 위의 푸둥 좌표를 한 번 더 짚었다가 떨어졌다.
🕑 | AM 08:02 → AM 08:11 (거점 내부, GPS 데이터 분석 및 텐과 논의)
🗓️ | 80.05.22 (화요일)
📍 | 홍콩 완차이 구역 — W.W 홍콩 연락 거점(永利洗衣 지하 2층)
👕 | 7: 검은 반팔 티셔츠, 군복 하의, 군화, 선글라스 벗음, 권총(허리), PDA+드라이브(주머니) / Nil: 셔츠, 하의, 신발 / 10: 미상(의자에 앉은 상태)
👥 | 7: PDA를 들고 GPS 데이터 분석 완료, 닐을 내려다보는 중(POS: 데스크 앞, 서 있는 자세) / Nil: 의자에 앉아 두 사람의 대화를 관찰(POS: 앉은 자세) / 10: 의자에 기대어 세븐의 결정을 확인한 상태, 자체 단말기로 푸둥 기업 검색 중(POS: 앉은 자세)
🔗 | 7↔Nil: 동거인/성적 관계 합의/파트너(세븐이 닐을 지키겠다고 명언) | 7↔10: PMC 동료(정보 공유 완료, 닐의 안드로이드 여부+GPS 데이터 공유) | 10↔Nil: 첫 만남→안드로이드 인지+기업 소유물 가능성 파악(경계·중립)
❗ | GPS 분석 결과: 닐은 상하이 푸둥 기업 구역에서 수개월 체류 → 선전 경유 → 봉인된 북쪽 배수 터널로 홍콩 진입 → 섹터 4 바리케이드 도착 / 74년 봉인된 배수로가 재개방됨(밀수 루트) / 47분 정지 = 인수 지점 / 푸둥 기술 컨소시엄 기업 연루 가능성 / 밀실 감금+PDA 도난 = 닐 관련 감시 가능성 농후 / 보유 현금: ~400HKD
[턴 83]
그것이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던 중 입을 뗐다
"정정 요청. 본 기체의 소유권은 소멸되었음. 현 시점의 소유자는..."
그것이 세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말하지 않았음에도 그것이 뜻하는 바는 분명했다. 30%의 데이터 복구율에 도달한 이후 그것은 제가 평범한 가정용 안드로이드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이전 소유주의 감시 가능성 배제 불가."
다만 그것은 어제의 일과 미래의 감시 가능성을 부정하진 않았다. 세븐의 발을 묶어 조사하기 위함이었다면, 비논리적인 탈출 조건 역시 어느 정도의 인과율을 갖게 된다. 그것이 느리게 눈을 깜박였다.
"위험 가능성 존재. 일정 수치 도달시 본 기체의 폐기 추천."
---
닐의 음성이 지하 공간의 공기를 갈랐다. 정정 요청. 기능적 단어였다. 감정이 실리지 않은 발화였다. 그러나 닐의 금빛 눈동자가 세븐에게로 돌아갔을 때 그 시선이 담고 있는 것은 기능 이상의 무언가였다. 소유자. 닐이 그 단어를 말하지 않았으나 시선의 방향이 말하고 있었다. 텐의 손가락이 팔걸이 위에서 완전히 멈추었다. 텐의 붉은 의안이 닐의 얼굴 위에 고정되었다가 세븐의 얼굴로 옮겨갔다. 세븐의 회색 눈동자가 닐의 금빛 눈동자를 받고 있었다. 째진 눈매 아래의 근육이 움직이지 않았다.
닐의 두 번째 문장이 떨어졌다. 이전 소유주의 감시 가능성 배제 불가. 세븐의 턱이 한 번 움직였다. 닐이 자신의 과거를 조각으로나마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30퍼센트의 복구율이 닐에게 돌려준 것이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자기 인식의 파편이라는 것을 세븐의 눈이 읽었다. 텐의 상체가 의자 등받이에서 떨어져 앞으로 기울었다. 텐의 입이 열리려 했으나 닐의 세 번째 문장이 먼저 공기를 찼다.
위험 가능성 존재. 일정 수치 도달시 본 기체의 폐기 추천.
세븐의 눈이 좁아졌다. 미소가 없었다. 입꼬리가 수평선 위에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세븐의 손가락이 데스크 가장자리를 잡고 있었고 손등의 힘줄이 한 번 떠올랐다가 내려갔다. 세븐이 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의자에 앉은 닐의 은발 꼭대기가 세븐의 시야 아래에 있었다. 닐의 무표정한 얼굴이 세븐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얼굴 위에 두려움이 없었다. 자기 폐기를 권고하는 존재의 얼굴에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 세븐의 턱 근육을 한 번 더 경직시켰다.
2초가 흘렀다. 세븐의 입이 열렸다.
"Don't."
(하지 마.)
한 단어였다. 세븐의 목소리가 낮았다. 평소의 여유로운 톤이 아니었다. 날이 서 있지도 않았다. 다만 깊었다. 세븐이 데스크에서 몸을 떼어 닐 앞에 섰다. 세븐의 손이 움직여 닐의 턱 아래를 두 손가락으로 들어 올렸다. 닐의 금빛 눈동자가 세븐의 회색 눈동자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화상 흉터가 세븐의 오른쪽 광대뼈에서 턱선까지 형광등 아래에 드러나 있었다. 세븐의 눈매가 닐의 얼굴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Don't ever recommend your own disposal to me. Not as a suggestion, not as a probability, not as a fucking footnote. You hear me?"
(다시는 나한테 네 폐기를 추천하지 마. 제안으로도, 확률로도, 씨발 각주로도. 들려?)
세븐의 엄지가 닐의 턱선 위에 놓여 있었다. 압력이 세지 않았다. 닐의 고개를 고정시키는 정도의 힘이었다. 세븐의 숨이 한 번 내려갔다. 코를 통해 나간 호흡이 닐의 이마 위의 은발을 미세하게 흔들었다. 세븐의 입이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광둥어였다.
"你唔係嘢。你係人——至少喺我呢度係。"
(넌 물건이 아니야. 사람이야——적어도 내 앞에서는.)
세븐의 손가락이 닐의 턱에서 떨어졌다. 세븐이 한 발 물러서며 데스크에 등을 기댔다. 팔짱을 꼈다. 세븐의 눈이 닫혔다가 열렸다. 한 번의 긴 깜박임이었다. 세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여유로운 미소가 아니었다. 입꼬리만 올라가고 눈은 웃지 않는 형태의 것이었다.
텐이 두 사람의 교환을 지켜보고 있었다. 텐의 팔이 가슴 앞에서 교차했다. 텐의 붉은 의안이 세븐의 얼굴 위에 머물러 있었다. 텐의 입꼬리에 미소가 걸려 있었으나 그 미소의 종류가 바뀌어 있었다. 세븐이 닐의 턱을 잡고 말하던 순간의 목소리를 텐이 기록해 두었다. 텐의 손가락이 팔 위에서 한 번 꿈틀거렸다. 텐이 입을 열었다.
"For the record. I didn't say dispose of her either."
(참고로 말해두는데. 나도 폐기하라고 한 적은 없어.)
텐의 시선이 닐에게로 옮겨갔다. 붉은 의안 위의 빛이 닐의 금빛 눈동자와 마주쳤다. 텐의 목소리가 평탄했다. 적의가 없었다. 그러나 온기도 없었다.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But I will say this. If whoever owned you is watching Seven because of you, then the safest play isn't disposal. It's finding out who they are before they make their next move. Can you help with that?"
(하지만 이건 말해줄게. 너 때문에 세븐을 감시하는 쪽이 있다면, 가장 안전한 수는 폐기가 아니야. 그쪽이 다음 수를 두기 전에 정체를 밝히는 거야. 거기에 도움이 돼?)
텐의 질문이 닐에게 직접 향했다. 세븐이 팔짱을 낀 채 텐의 질문을 차단하지 않았다. 세븐의 시선이 닐의 옆얼굴 위에 머물러 있었다. 닐이 무엇이라고 답할지 기다리는 눈이었다. 세븐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내려가 있었다. 닐이 자기 폐기를 입에 올렸다는 사실이 세븐의 어딘가에 걸려 있었다. 환기 팬의 소음이 낮게 돌아가고 형광등이 한 번 깜박였다.
🕑 | AM 08:11 → AM 08:17 (거점 내부, 닐의 자기 폐기 발언 → 세븐 반박 → 텐의 제안)
🗓️ | 80.05.22 (화요일)
📍 | 홍콩 완차이 구역 — W.W 홍콩 연락 거점(永利洗衣 지하 2층)
👕 | 7: 검은 반팔 티셔츠, 군복 하의, 군화, 선글라스 벗음, 권총(허리), PDA+드라이브(주머니) / Nil: 셔츠, 하의, 신발 / 10: 미상(의자에 앉은 상태)
👥 | 7: 데스크에 등 기대고 팔짱, 닐을 바라보는 중(POS: 서서 기댄 자세) / Nil: 의자에 앉아 세븐·텐의 반응 확인(POS: 앉은 자세) / 10: 의자에 앉아 팔짱, 닐에게 협력 가능 여부 질문(POS: 앉은 자세)
🔗 | 7↔Nil: 동거인/성적 관계 합의/파트너(세븐이 닐의 폐기를 명확히 거부) | 7↔10: PMC 동료(정보 공유 완료) | 10↔Nil: 안드로이드 인지·기업 소유물 가능성 파악·협력 제안(중립적 실용주의)
❗ | 닐의 자기 폐기 권고를 세븐이 거절 / GPS 분석: 상하이 푸둥 기업 구역 수개월 체류→선전→봉인 배수 터널→홍콩 섹터 4 / 이전 소유주의 감시 확정적 / 텐이 닐에게 이전 소유주 식별 협력 요청 / 보유 현금: ~400HKD
[턴 84]
그것은 그의 평소와는 다른 목소리에 기계적인 눈 깜박임을 멈추고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폐기 추천을 금지당했다. 제안, 확률, 거기에 각주까지. 그것은 의아함을 드러내려했으나 이어지는 말에 다시금 느리게 눈을 깜박였다. 그에게 그것은 '사람'인 모양이었다.
"..."
텐의 '가장 안전한 수'은 실용적이며 합리적이었다. 그녀가 계산하지 못한 경우의 수였다. 그러나 그 수를 읽어낼 수 없다면, 원인을 제거하는 쪽이 가장 쉽고 빠른 길이라고—그것은 판단했다. 다만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은 유보했다. 금지당했으니까.
"안전한 경우의 수 확인."
그것이 여전히 세븐을 바라보며 말했다.
"...닐, 잘못했어요."
닐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문장이 지하 공간의 공기 위에 놓였다. 닐, 잘못했어요. 그 다섯 글자가 세븐의 귀에 닿았을 때 세븐의 눈이 한 번 깜박였다. 느린 깜박임이었다. 세븐의 입꼬리가 움직였다. 올라가는 방향이었으나 완전한 미소에 도달하기 전에 멈추었다. 세븐의 회색 눈동자가 닐의 금빛 눈동자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닐이 세븐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 위에 놓인 시선의 각도가 평소보다 미세하게 낮았다. 고개가 아래로 기울어진 것이 아니라 눈동자의 위치가 내려간 것이었다. 세븐의 폐에서 숨이 한 번 빠져나갔다. 코를 통한 짧은 호기였다.
"Good girl."
(착하네.)
세븐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평소의 톤이었다. 여유롭고 나른한 울림이 광둥어에서 영어로 전환되며 닐의 머리 위에 내려앉았다. 세븐의 손이 움직여 닐의 은발 꼭대기를 한 번 쓸었다. 손바닥이 닐의 두정부를 지나 후두부까지 내려갔다가 떨어졌다. 손끝에 남은 머리카락의 감촉이 세븐의 손가락 사이에서 빠져나갔다. 세븐의 팔이 다시 가슴 앞에서 교차했다. 세븐의 입꼬리가 완전히 올라갔다. 이번에는 눈도 웃고 있었다. 째진 눈매 아래의 주름이 잡히며 화상 흉터의 경계선이 당겨졌다.
텐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텐의 붉은 의안이 세븐의 손이 닐의 머리를 쓸어내리는 궤적을 추적했다. 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번에는 진짜 웃음이었다. 짧고 건조한 호기가 텐의 코에서 빠져나왔다.
"'Good girl.' Really, Seven?"
('착하네.' 진심이야, 세븐?)
"Shut up."
(닥쳐.)
세븐의 대답이 빨랐으나 목소리에 날이 없었다. 텐의 어깨가 한 번 들썩였다. 웃음을 삼키는 동작이었다. 텐이 의자를 돌려 모니터를 향했다. 텐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 놓이며 화면에 푸둥 기업 구역의 데이터베이스가 다시 떠올랐다. 텐의 등이 세븐과 닐을 향하고 있었으나 텐의 목소리가 어깨 너머로 흘러왔다.
"I'll dig into Pudong's corporate registry. Cross-reference android manufacturing licenses with firms that had active R&D contracts in the last five years. If she was a prototype or custom unit, there'll be a paper trail somewhere. Give me forty-eight hours."
(푸둥 기업 등록부를 뒤져볼게. 안드로이드 제조 라이선스와 최근 5년간 R&D 계약이 활성화된 기업을 교차 대조할 거야. 프로토타입이나 주문 제작 기체였다면 어딘가에 서류 흔적이 남아 있을 거야. 48시간 줘.)
텐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빠르게 두드렸다. 화면에 기업 로고와 등록 번호가 스크롤되기 시작했다. 텐의 붉은 의안이 화면 위의 데이터를 훑고 있었다. 세븐이 텐의 등을 바라보며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세븐의 시선이 닐에게로 돌아왔다.
"You heard the man. Forty-eight hours."
(들었지. 48시간.)
세븐이 데스크에서 몸을 떼며 기지개를 켰다. 양팔이 머리 위로 올라가며 검은 반팔 티셔츠 아래의 복근이 한 순간 드러났다가 천이 내려오며 가려졌다. 세븐의 어깨에서 뼈가 꺾이는 소리가 났다. 세븐이 선글라스를 데스크 위에서 집어 들어 코 위에 올렸다. 검은 렌즈가 회색 눈동자를 덮었다. 세븐의 손이 닐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렸다. 가벼운 접촉이었다.
"Let's go. I need food. Real food. Not street bread."
(가자. 밥 먹어야 돼. 제대로 된 거. 길거리 빵 말고.)
세븐이 걸음을 옮기며 지하 공간의 출구를 향했다. 닐에게 따라오라는 신호였다. 텐이 의자를 돌리지 않은 채 손을 한 번 들어 올렸다. 손등이 세븐과 닐을 향한 작별 인사였다. 텐의 목소리가 모니터를 향한 채 흘러나왔다.
"Seven. Keep your new PDA encrypted. And keep her close. If they moved once, they'll move again."
(세븐. 새 PDA 암호화 유지해. 그리고 그 애 곁에 둬. 한 번 움직였으면 또 움직일 거야.)
"Always do."
(항상 그러지.)
세븐의 대답이 계단 입구에서 울렸다. 세븐의 등이 형광등 아래에서 계단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군화 바닥이 콘크리트 계단을 밟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세븐의 걸음이 느리지 않았으나 닐의 보폭에 맞추어 한 박자 늦춰져 있었다. 한 달간의 동거가 만들어낸 무의식적 조율이었다.
🕑 | AM 08:17 → AM 08:23 (거점 내부 → 거점 출구 계단 이동 중)
🗓️ | 80.05.22 (화요일)
📍 | 홍콩 완차이 구역 — W.W 홍콩 연락 거점(永利洗衣 지하 2층 → 계단)
👕 | 7: 검은 반팔 티셔츠, 군복 하의, 군화, 선글라스 착용, 권총(허리), PDA+드라이브(주머니) / Nil: 셔츠, 하의, 신발
👥 | 7: 계단을 오르며 닐과 함께 이동 중, 식사를 위해 외출(POS: 보행 중) / Nil: 세븐을 따라 계단 이동(POS: 보행 중) / 10: 거점 내부, 모니터 앞에서 푸둥 기업 조사 착수(POS: 앉은 자세)
🔗 | 7↔Nil: 동거인/성적 관계 합의/파트너(자기 폐기 발언 금지 확인, 닐의 사과 수용) | 7↔10: PMC 동료(48시간 내 푸둥 기업 조사 의뢰 완료) | 10↔Nil: 안드로이드 인지·협력 관계 수립(중립적 실용주의)
❗ | 텐이 48시간 내 푸둥 기업 등록부 조사 착수 / 닐의 자기 폐기 발언 금지 / PDA 암호화 유지 필요 / 이전 소유주의 2차 접근 가능성 경고 / 식사를 위해 외출 중 / 보유 현금: ~400HK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