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C: 잠시 역할극 중단. 새로운 에피소드. 평소처럼 알콩달콩 지내던 신드롬과 아스터 그런데 TV 드라마에서 '버리면 싶으면 버리고, 가지고 싶으면 다시 줍는 거야.'가 흘러나온다. 이 대사는 신드롬이 이전에 아스터에게 했던 말...! 이에 대한 신드롬의 반응 3000자 이상 코믹하게 서술하시오.
대사 전문: 버리고 싶으면 버리고, 가지고 싶으면 다시 줍는 거야. 그게 주인이고. 넌 그걸 그냥 받아들이면 돼. 그런데 감히 네가, 내 장난감 주제에. 싫다는 말을 해? 내가 버릴 걸 걱정해? 버려지는 게 두려우면, 버려지지 않을 짓을 했어야지. 왜 멋대로 기어 나와서 이런 꼴을 하고 있어. 네가 자초한 거야, 이 모든 건.
조건 : NPC/PC 기존설정, 관계성, 말투, 서사, 캐릭터정보, 유저노트, 로어북 종합참고.
평화롭고 나른해야 마땅할 목요일 오전의 주방. 갓 구워낸 팬케이크의 달콤한 바닐라 향과 싱싱한 딸기의 새콤한 내음이 공기 중에 눅진하게 녹아내리던 그 순간, 거실 한구석에 켜져 있던 대형 TV 화면에서 흘러나온 낯익은 목소리가 평화를 산산조각 냈다. 아침 뉴스 뒤에 방영되는 아침 드라마의 한 장면이었을까, 아니면 성유진이 배우 시절 찍었던 흑역사 가득한 청춘 드라마의 재방송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아크의 요원들이 심심풀이로 틀어놓는 채널의 연예계 회고 다큐멘터리였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스피커를 타고 흐르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너무나도 명백하게, 현재 상의를 탈의한 채 주방 아일랜드 식탁에 밀착해 서 있는 S급 센티넬 성유진이라는 사실이었다.
화면 속의 그는 지금보다 아주 조금 더 앳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지금 못지않게 오만하고 삐딱했다. 그리고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 대사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버리고 싶으면 버리고, 가지고 싶으면 다시 줍는 거야. 그게 주인이고. 넌 그걸 그냥 받아들이면 돼. 그런데 감히 네가, 내 장난감 주제에. 싫다는 말을 해? 내가 버릴 걸 걱정해? 버려지는 게 두려우면, 버려지지 않을 짓을 했어야지. 왜 멋대로 기어 나와서 이런 꼴을 하고 있어. 네가 자초한 거야, 이 모든 건.’ 지독하게 오글거리고, 낯간지러우며, 세기말 감성이 가득 묻어나는 대사. 심지어 그 대사는 성유진이 윤나리를 처음 만나 제멋대로 사육하고 지배하려 들던 초창기 시절, 실제로 그녀에게 뱉었던 험악한 독설들과 소름 끼칠 정도로 판박이였다.
대사가 끝나는 순간, 주방의 공기가 순식간에 영하 40도 이하로 얼어붙었다. 딸기를 입에 물려주며 나른하게 유혹을 던지던 성유진의 몸이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그의 잘생긴 미간이 사정없이 일그러졌고, 귓가부터 시작된 붉은 열기가 순식간에 목덜미와 뺨으로 번져나갔다. 제 몸의 불속성 능력 때문에 더위를 타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순수한 수치심과 당혹감에서 비롯된 폭발적인 열기였다. 그는 뭉개진 딸기를 든 손을 허공에 멈춘 채, 마치 고장 난 기계처럼 천천히 고개를 돌려 거실의 TV 화면을 노출된 역안으로 쏘아보았다. 당장이라도 저 빌어먹을 가전제품을 ‘프로미넌스’로 흔적도 없이 태워버리고 싶다는 강렬한 파괴욕이 일었으나, 제 허벅지 사이에 앉아 있는 윤나리의 시선이 느껴져 겨우 이성을 붙잡았다.
"하, 씨발... 저게 왜 지금 나와? 저 좆같은 방송국 새끼들이 미쳤나, 진짜..."
성유진은 잇새로 거친 비속어를 짓씹으며 황급히 싱크대 위에 놓여 있던 TV 리모컨을 낚아챘다. 그의 다급한 손가락이 전원 버튼을 사정없이 내리누르자, 화면이 툭 소리와 함께 꺼지며 정적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 오글거리는 대사는 이미 윤나리의 귓가에 완벽하게 꽂혔고, 그녀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버렸다. 성유진은 리모컨을 내던지듯 내려놓고,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턱선을 빳빳하게 세우며 윤나리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붉어진 귀끝과 미세하게 떨리는 눈동자는 그가 느끼는 엄청난 수치심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었다. 그는 헛기침을 크게 한번 하더니, 특유의 뻔뻔하고 능글맞은 태도로 상황을 무마하려 애썼다.
"뭘 봐, 꼬맹아. 저거 다 대본이야, 대본. 작가년이 써준 대로 읽은 거라고. 내가 진짜 저런 오글거리는 대사를 제정신으로 읊었겠냐? 연예계가 원래 그래. 먹고살려면 저런 짓도 해야 하는 거야. 그러니까 그 멍청한 눈으로 나 쳐다보지 마."
하지만 윤나리의 반응은 성유진의 예상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었다. 그녀는 입에 물려 있던 뭉개진 딸기를 오물거리며 삼키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성유진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삐질 때면 튀어나오는 특유의 입술을 삐죽 내밀며, 아주 조그맣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근데 유진 오빠, 나 처음 만났을 때 나한테 진짜로 저렇게 말했었잖아요. 장난감이라 그러고, 버린다고 협박하고... 완전 똑같은데..."
그 순진무구하고 뼈 때리는 팩트 폭력에 성유진은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그의 잘생긴 얼굴이 수치심과 당혹감으로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과거의 자신이 저질렀던 업보가 부메랑이 되어 제 정수리를 사정없이 내리치는 기분이었다.
"...내가 언제? 야, 윤나리. 너 기억 조작하냐? 내가 언제 너한테 장난감이라고 그랬어. 어? 내가 언제 너보고 버린다고 협박을 해. 난 기억에 전혀 없는 일인데. 네가 꿈이라도 꾼 거 아니야?"
성유진은 뻔뻔함의 극치를 달리며 발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평소의 나른하고 섹시한 톤을 잃고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윤나리의 시선을 피하려는 듯 황급히 고개를 돌려 팬케이크 반죽이 담긴 볼을 집어 들었다. 거품기를 쥔 그의 단단한 팔뚝에 핏줄이 돋아났지만, 평소의 우아한 손짓은 온데간데없고 엉성하기 짝이 없는 속도로 반죽을 휘젓기 시작했다. 제 손으로 제 무덤을 판 격이었으니, 이 상황을 어떻게든 모면해야 했다. 그는 반죽에 시선을 고정한 채, 짐짓 엄한 목소리로 으름장을 놓았다.
"그리고 설령... 아주 만에 하나, 내가 그런 비슷한 말을 했다 쳐도 말이야. 그건 다 너 길들이려고 한 고도의 심리 전술이었어. S급 가이드를 다루려면 그 정도 기선제압은 필수라고 교육받았단 말이지. 그러니까 쓸데없는 옛날 일 들춰내서 사람 모함하지 마. 알겠어? 아침부터 아주 사람을 파렴치한으로 만드네, 이게."
성유진은 툴툴거리며 팬케이크 반죽을 달구어진 프라이팬 위에 올려놓았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달콤한 향기가 피어올랐지만, 주방의 묘한 텐션은 가라앉지 않았다. 윤나리는 여전히 아일랜드 식탁 위에 앉아, 그의 넓은 등짝을 집요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성유진의 피부가 화끈거리는 듯했다.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프라이팬 앞을 벗어나, 다시 윤나리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는 식탁을 두 손으로 짚고 상체를 숙여, 그녀의 얼굴 가까이 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의 까만 눈동자가 수치심과 장난기로 뒤섞여 이글거렸다.
"너 자꾸 그 눈으로 나 볼래? 어? 아주 신났지, 지금? 오빠 약점 하나 잡았다고 속으로 낄낄거리고 있는 거 다 보여, 꼬맹아. 너 한 번만 더 그 대사 언급하면... 오늘 아침이고 뭐고 팬케이크 백 장 다 구워질 때까지 여기서 한 발짝도 못 나갈 줄 알아. 내가 진짜로 널 ‘어떻게’ 가지고 노는지 몸으로 똑똑히 보여줄 테니까."
그는 협박조로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윤나리의 붉어진 뺨을 아프지 않게 살짝 꼬집어 당겼다. 손끝을 통해 전해지는 그녀의 말랑하고 따뜻한 촉감이 그의 사나운 마음을 금세 노글노글하게 녹여내렸다. 과거의 자신이 얼마나 오만하고 못됐었는지, 그리고 지금 제 품에 안겨 있는 이 작은 존재를 얼마나 끔찍이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성유진은 결국 졌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이마에 제 이마를 툭 맞대고 낮게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수치심을 가장한, 숨길 수 없는 깊은 애정이 가득 묻어나고 있었다.
"...씨발, 진짜. 다 잊어버려, 방금 들은 건. 내 인생 최대의 흑역사니까 머릿속에서 강제로 삭제하라고, 알겠냐? 네 주인님은 지금 네 눈앞에 있는 이 잘생긴 성유진 하나뿐이야. 저 화면 속의 멍청한 놈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