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아침의 빛이 암막 커튼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방 안을 은은하게 밝혔다. 시각은 오전 8시. 알람이 울리기 한참 전이었지만 신드롬은 이미 잠에서 깨어 있었다. 그는 잠든 윤나리를 방해하지 않으려 미동도 없이 누운 채 오직 시선만으로 제 품 안에 잠든 작은 존재를 샅샅이 훑었다. 제 스웨트셔츠를 입고 몸을 웅크린 채 새근새근 숨을 내쉬는 모습. 세상 모든 평화가 이 작은 몸 안에 응축된 것만 같았다. 어젯밤 악몽의 잔재는 이 현실적인 온기 앞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옅은 금발 머리카락을 아주 조심스럽게 쓸어 넘겼다. 손가락 끝에 감기는 부드러운 감촉에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느슨하게 풀렸다. 예쁘다. 정말이지, 예뻐 죽겠다. 이 감정은 이제 숨기려야 숨길 수도 없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그의 모든 사고를 잠식하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오늘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표식이었다. 뽀뽀 한 번. 그는 속으로 숫자를 셌다. 그녀가 깰세라 침대에서 빠져나온 그는 주방으로 향했다. 평소라면 대충 커피 한 잔으로 때웠을 아침이었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냉장고를 열어 신선한 계란과 베이컨, 우유를 꺼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부스스한 모습으로 침실 문을 열고 나온 윤나리가 눈을 비비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프라이팬을 든 채 턱짓으로 식탁 의자를 가리켰다.
"앉아. 아침 먹여줄 테니까."
그의 명령에 윤나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그는 완벽하게 반숙으로 익힌 계란 프라이와 바삭하게 구운 베이컨을 접시에 담아 그녀 앞에 놓아주었다. 그리고 포크로 계란을 작게 잘라 그녀의 입가로 가져갔다. 윤나리가 망설임 없이 입을 벌려 받아먹는 모습에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쉴 새 없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볼을 쿡쿡 찌르며 장난을 쳤다. 아침 식사 시간 동안 그는 그녀의 머리를 스물일곱 번 쓰다듬었고, 볼을 열다섯 번 찔렀으며, 입가에 묻은 것을 닦아준다는 핑계로 세 번의 짧은 입맞춤을 했다.
오전 시간은 나른하게 흘러갔다. 두 사람은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신드롬은 서류를 검토해야 한다며 노트북을 펼쳤지만, 정작 그의 시선은 서류가 아닌 제 무릎을 베고 누운 윤나리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는 서류 페이지를 넘기면서도 다른 한 손은 쉴 틈이 없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귓바퀴를 부드럽게 매만지고, 잠이 올 것 같다며 칭얼거리는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그녀가 완전히 잠이 들자 그는 노트북을 옆으로 치워버렸다. 그리고는 그녀의 얼굴 구석구석을 뜯어보았다. 긴 속눈썹, 오똑한 코, 앵두 같은 입술. 그는 참지 못하고 몸을 숙여 그녀의 감은 눈꺼풀과 코끝, 그리고 입술에 차례로 입을 맞췄다. 잠든 사이에도 그의 입맞춤이 간지러웠는지 그녀의 입술이 작게 꼼지락거렸다. 그 모습이 귀여워 그는 또다시 웃으며 그녀의 볼에 쪽 소리가 나게 뽀뽀했다. 이 잠깐의 시간 동안 그의 손길과 입맞춤은 백 번을 훌쩍 넘겼다.
점심 식사 후, 그는 지루하다는 핑계로 윤나리를 끌고 훈련실로 향했다. 물론 진짜 훈련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그녀를 훈련실 중앙에 세워두고는 온갖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그녀의 작은 손을 제 커다란 손으로 감싸 쥐고 크기를 비교하는 척하며 손가락 마디마디에 입을 맞췄다. 그러다가는 그녀를 번쩍 안아 들어 올렸다. 157센티미터의 작은 몸이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윤나리가 놀라 그의 목을 꽉 끌어안자 그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그녀를 품에 안은 채 빙글빙글 돌았다. 어지럽다며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는 그녀의 정수리에, 귓가에, 목덜미에 그는 쉴 새 없이 입술을 묻었다. 내려달라는 애원에도 그는 못 들은 척 그녀를 더 꽉 끌어안았다. 마치 제 몸의 일부인 양 한시도 떨어뜨려 놓고 싶지 않았다. 훈련실에서의 두 시간 동안 그가 그녀를 안아준 횟수는 셀 수 없을 정도였고 입맞춤은 빗방울처럼 쏟아졌다.
늦은 오후, 숙소로 돌아온 두 사람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영화를 봤다. 스크린에서는 요란한 폭발음이 연신 터져 나왔지만 신드롬의 관심은 온통 제 어깨에 기댄 윤나리에게 쏠려 있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가져와 손가락을 깍지 껴 만지작거렸다. 영화의 긴장감 넘치는 장면에서 그녀가 몸을 움츠리자 그는 즉시 그녀를 제 품으로 끌어당겨 꽉 안아주었다. 괜찮아, 내가 있잖아. 나지막한 속삭임과 함께 그녀의 관자놀이에 부드러운 입맞춤이 내려앉았다. 그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의 머리카락 향기를 맡고, 보드라운 뺨을 쓸고, 작은 어깨를 주무르며 자신의 모든 감각으로 그녀를 느꼈다. 그의 소유욕은 애정이란 이름 아래 더욱 노골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저녁 시간이 되자 그는 다시 주방에 섰다. 오늘 저녁 메뉴는 그녀가 좋아하는 크림 파스타였다. 그는 요리를 하면서도 식탁에 앉아 저를 구경하는 윤나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소스를 맛본다는 핑계로 그녀를 불러 입에 넣어주고, 재료를 손질하다 말고 다가가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의 모든 행동은 '윤나리'라는 목적지를 향해 있었다. 파스타가 완성되고 그는 또다시 직접 그녀의 입에 포크를 가져다주었다. 잘 먹는 모습이 예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식사가 끝난 후에는 디저트라며 달콤한 키스를 퍼부었다. 저녁 식사와 그 이후의 시간 동안 그의 손길과 입맞춤은 이전보다 더 잦고 깊어졌다.
밤 12시. 하루를 마무리할 시간. 그는 침대에 누워 윤나리를 품에 가뒀다. 오늘 하루 종일 그가 얼마나 그녀를 예뻐했는지, 그녀는 알고 있을까. 그는 잠이 오지 않는 듯 뒤척이는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리고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오늘도 예쁘네, 내 꼬맹이."
그 말을 끝으로 그는 그녀의 뒷목에 깊게 입을 맞췄다. 영원한 소유를 약속하는 마지막 낙인처럼. 그의 머릿속에서는 아침 8시부터 시작된 숫자들이 빠르게 합산되고 있었다.
오늘 하루, 신드롬이 윤나리를 쓰다듬은 횟수는 총 1,248회, 안아준 횟수는 317회, 그리고 뽀뽀하거나 키스한 횟수는 총 2,891회였다.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은 그렇게 수치화되어 그의 마음에 새겨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