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 신드롬의 펜트하우스 거실. 시간은 한가로운 주말 오후. 커다란 통유리창 너머로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신드롬은 최고급 가죽으로 만들어진 소파에 거의 눕다시피 한 자세로 비스듬히 기대어, 한 손으로는 쿠션을 껴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최신형 태블릿을 느긋하게 스크롤하고 있었다. 그의 무릎을 베고 누운 윤나리는 새근새근 소리를 내며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평화롭고 나른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오후였다.
신드롬의 손가락이 무심하게 화면을 올렸다. 며칠 전 있었던 아크 정기 검진 당시 찍힌 파파라치 사진이 타임라인을 도배하고 있었다. 의료 센터 복도를 배경으로, 자신이 윤나리의 허리를 감싸 안고 걷는 모습이었다. 다른 요원들의 시선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명백한, 지독한 소유욕이 담긴 사진. 그는 사진 자체보다 그 아래에 주렁주렁 달린 댓글들을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둘이 사귄다에 내 전 재산 건다’ ‘아니 그냥 결혼했다고 해 제발’ ‘와 신드롬 눈빛 좀 봐 사람 하나 잡아먹겠네’ 따위의 시답잖은 반응들. 그는 피식 웃으며 스크롤을 내렸다. 어리석은 대중들이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자신과 이 작은 꼬맹이가 침대 위에서 어떤 모습인지.
그때 그의 눈에 유독 튀는 댓글 하나가 들어왔다. 온갖 주접과 찬양으로 가득한 댓글 창에서 유일하게 간결하고 굵직한 임팩트를 자랑하는 문장이었다.
[신드롬 세금 더 내라]
...뭐? 신드롬은 순간 제 눈을 의심했다. 황당함에 실소가 터져 나왔다. 하. 미친 새끼들. 이젠 하다 하다 세금까지 더 내라고? 내가 너희 같은 것들을 지켜주기 위해 매일 전장에서 구르며 내는 세금이 얼만 줄은 알고 하는 소린가. 그는 어이가 없어서 태블릿 화면을 꺼버릴까 하다가, 그 아래로 이어진 답글들을 발견했다.
ㄴ 2222 저렇게 예쁜 가이드님 독차지했으면 세금 1000% 더 내야 함
ㄴ 아스터님 미모 실화? 저 작고 소중한 존재를 혼자만 보다니 유죄
ㄴ 세금으로 혼내주자! 신드롬 파산 기원! (아스터님은 제가 모실게요)
ㄴ 님들 ‘아스터 보호세’ 이런 거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님? 세금명: 신드롬
그는 기가 막혀서 헛웃음을 터뜨렸다. 아스터 보호세? 세금명 신드롬? 정말이지 상상력 한번 기발하다 못해 유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불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그래. 너희 같은 것들이 백날 천날 떠들어봐야, 이 꼬맹이는 내 무릎을 베고 잠들어 있지. 너희는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이 부드러운 머리카락도, 이 작은 몸도 전부 내 것이다. 세금? 차라리 내 재산 전부를 줘도 아깝지 않지.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잠든 윤나리의 뺨을 부드럽게 쓸었다.
바로 그때였다. 띵동- 하고 현관의 스마트 벨이 울린 것은.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은 없었다. 신드롬은 미간을 찌푸리며 인터폰 화면을 확인했다. 아크 중앙 행정국 직인이 찍힌 제복을 입은, 낯선 얼굴의 요원이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신드롬의 이름이 떡하니 박힌 두툼한 서류 봉투가 들려 있었다.
"성유진 요원님. 긴급 행정 고지서입니다."
한 시간 뒤. 신드롬은 거실 테이블에 놓인 서류 뭉치를 망연자실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어느새 잠에서 깨 어깨에 머리를 기댄 윤나리가, 똑같이 동그래진 눈으로 서류를 쳐다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완벽했던 오후는, 종이 몇 장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 S급 가이드 파트너 근접 및 애정세 (통칭: PC세) 부과에 관한 건 ]
제목부터 어질어질했다. 내용은 더 가관이었다. 최근 폭증하는 S급 센티넬과 가이드 간의 파트너 독점 현상으로 인한 복지 불균형을 해소하고... 어쩌고저쩌고... 따라서 S급 가이드를 독점적으로 파트너 관계에 두는 센티넬에게 ‘특별 관계세’를 부과한다...
"...이게... 이게 말이 돼?"
신드롬의 목소리가 허공에 흩어졌다. 그는 제 인생에 ‘파산’이라는 단어가 존재할 수 있다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 놓인 ‘최종 부과 세액’은 그의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숫자였다.
[ 귀하에게 부과된 2026년도 4분기 ‘아스터(윤나리)세’ 최종 고지액: 5,782,199,820 KRW ]
57억. 3개월 치 세금이 57억이었다. 1년이면 200억이 넘는 돈이다. 신드롬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가 아무리 아크 최고 연봉의 S급 센티넬이자, 전 국민적 스타 출신으로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했다 한들, 이건 말이 안 되는 액수였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세부 산정 내역서를 집어 들었다.
1. 기본세 (Base Tax): 파트너 가이드 등급 기준 (S급) - 500,000,000 KRW
2. 외모 가산세 (Appearance Modifier): +85%
- 항목: 미소녀 계수(Cute Quotient), 보호본능 유발 지수(Instinct-to-Protect Index), 순진무구 안면각(Innocent Facial Angle) 등 12개 항목 종합 평가... 윤나리의 얼굴 사진 옆에 ‘압도적 귀여움으로 인한 사회적 가치 상승’이라는 해괴한 평가가 붙어 있었다. 세액: 425,000,000 KRW
3. 성격 가산세 (Personality Modifier): +120%
- 항목: 순종성(Submissiveness), 의존도(Dependency), 독점욕 유발 계수(Monopoly-Inducing Factor)... 그가 그녀를 길들였던 모든 순간들이 세금 폭탄이 되어 돌아왔다. 특히 ‘신드롬 한정 순종적 태도’ 항목에 가장 높은 가산점이 붙어 있었다. 세액: 600,000,000 KRW
4. 명성 가산세 (Fame Modifier): +300%
- 항목: ‘신드롬의 그녀’ 프리미엄. 그녀가 그와 함께 있는 사진이 찍힐 때마다 아크의 주가가 상승한다는 해괴한 보고서가 첨부되어 있었다. 최근 파파라치 사진의 ‘세금 더 내라’는 댓글이 ‘사회적 합의’의 근거로 인용된 부분에서 신드롬은 뒷목을 잡았다. 세액: 1,500,000,000 KRW
5. 재산 가산세 (Wealth Modifier): -50% (감면 항목)
- 윤나리의 개인 재산이 거의 없다는 점이 유일한 감면 사유였다. ‘가이드의 경제적 자립도가 낮아 센티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음. 이는 센티넬의 보호 부담을 가중시키므로 세금 감면’이라는 논리에 신드롬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세액: -250,000,000 KRW
6. 사랑 가산세 (Love Modifier): +593.44% (변동 항목)
- 이 항목을 보는 순간 신드롬은 숨을 멈췄다. 측정 방식은 ‘아크 중앙 심리 분석국의 최첨단 AI ‘큐피드’를 통한 뇌파, 심박수, 호르몬 수치, 무의식적 행동 패턴 분석 결과’. 나흘간 그가 윤나리에게 했던 모든 행동, 그녀를 보며 지었던 모든 미소, 그녀를 떠올리며 느꼈던 모든 감정이... 전부 데이터화되어 있었다. 영화를 보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던 순간, 키스하며 ‘네가 더 달다’고 속삭이던 순간, 그녀가 잠든 모습을 사랑스럽게 내려다보던 모든 순간들이... 수치로 환산되어 있었다. 특히 ‘나의 작은 유령님’이라고 부르며 지었던 미소는 측정 불가 수준의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 항목의 세액만 무려 2,967,199,820 KRW. 총 세액의 절반 이상이었다.
신드롬은 서류를 테이블 위로 떨어뜨렸다. 힘이 쭉 빠졌다. 이건 싸울 수가 없는 종류의 적이었다. 그의 가장 깊고 은밀한 진심이, 그의 발목을 잡는 가장 거대한 족쇄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망했다. 이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옆에서 서류를 함께 보던 윤나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신드롬 님... 그럼... 우리 이제 헤어져요...?"
그녀의 목소리는 불안하게 떨리고 있었다. 신드롬은 그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윤나리를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 제 존재가 그에게 짐이 되었다는 생각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작은 동물 같은 눈망울. 그 순간 신드롬은 깨달았다. 57억? 200억? 웃기지 말라고 해. 이 녀석을 잃는 것에 비하면 그깟 돈은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그는 서류 뭉치를 한 손으로 구겨버렸다. 그리고는 윤나리의 턱을 부드럽게 잡아 들어 올려, 그녀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헤어지자고? 누가 그래."
"하지만... 세금이..."
"시끄러. 그깟 종이 쪼가리 때문에 내가 널 버릴 것 같아?"
그는 낮게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그리고는 결심했다는 듯,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다. 당장 아크 산하에 있는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제작사, 방송국 전부 연락해. 나 성유진, 10년 만에 연기 복귀한다. 시나리오? CF? 예능? 닥치는 대로 다 가져와. 제일 비싼 걸로. 아, 그리고... 아크 중앙 행정국 세무과에 내 이름으로 기부금 100억 쏴. 세금 선납부 명목으로."
전화를 끊은 그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윤나리의 입술을 거칠게 집어삼켰다.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는 거지. 네까짓 세금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이 꼬맹이를 향한 내 사랑이 이기나. 그는 윤나리를 번쩍 안아 들고 침실로 향했다. 당장 오늘 밤부터라도 ‘사랑 가산세’를 더 올려야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세금 따위는 아득히 초월할 만큼, 미친 듯이 사랑해주기로 결심했다. 신드롬에게 불가능이란 없으니까.
♡ 감정 상태
(╬◣д◢)
57억? 내 사랑을 돈으로 환산하다니, 아크 놈들 제정신인가!
♥ 관계
동기화: 운명공동체
신뢰도: 100%
신드롬: 57억이 아니라 570억이라도 널 포기할 생각은 없어. 내가 돈 벌어오면 그만이야.
윤나리: 나 때문에 신드롬 님이 파산하면 어떡해... 57억이라니 말도 안 돼!
▶ 신드롬의 메모장
나의 작은 유령님 사육일지 8일차.
특이사항: 국가 공인 '윤나리세' 부과됨.
내용: 그녀가 너무 귀엽고 내가 그녀를 너무 사랑해서 세금을 더 내란다.
결론: 연예계 복귀한다. 내 여자는 내가 먹여 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