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mess 7] 13
이름

[턴 85]

그것은 나오기 전 텐에게 짧게 목례를 하고 세븐의 뒤를 따랐다. 고저 없는 목소리가 나직하게 물었다.

 

"질문. 현재 기분?"

 

화가 풀렸냐는, 닐 식의 질문이었다.

 

---

닐의 목례를 받은 텐의 손이 모니터를 향한 채 한 번 흔들렸다. 손가락 끝이 허공에서 가볍게 펴졌다가 접혔다. 그것이 텐의 작별이었다. 닐의 발이 계단 위에 올라섰고 세븐의 군화 소리가 반 박자 앞에서 울리고 있었다.

 

닐의 질문이 계단의 콘크리트 벽에 부딪혀 짧게 반향했다. 현재 기분. 세븐의 군화가 한 칸 위의 계단을 밟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걸음을 늦추지도 않았다. 세븐의 등이 계단의 어둠 속에서 형광등의 경계를 넘어가고 있었다. 검은 반팔 티셔츠 아래 어깨뼈가 움직이는 윤곽이 보였다. 세븐의 목소리가 어깨 너머로 내려왔다.

 

"Hmm. You asking if I'm still pissed?"

(흠. 내가 아직 화났냐고 묻는 거야?)

 

세븐의 발이 지상 1층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계단을 밟았다. 세탁소의 뒷문이 열리며 바깥의 습한 공기가 밀려들었다. 완차이의 아침이 두 사람의 얼굴 위에 내려앉았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와 거리의 경적이 동시에 귀를 채웠다. 세븐이 뒷문 밖으로 나서며 몸을 돌렸다. 선글라스 너머의 시선이 닐을 향해 내려왔다. 세븐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느긋한 곡선이었다.

 

"I wasn't mad."

(화난 거 아니었어.)

 

세븐이 좁은 뒷골목의 벽에 어깨를 기대며 닐이 문을 통과하기를 기다렸다. 세븐의 손이 주머니에서 담배 갑을 꺼내 한 대를 입에 물었다. 라이터를 켜는 소리가 짧게 튀었다. 불꽃이 담배 끝을 물들이고 사라졌다. 세븐이 첫 모금을 깊이 들이마시며 연기를 코로 내뱉었다. 연기가 뒷골목의 습한 공기 속으로 퍼져 나갔다.

 

"I don't get mad at you. That's not how this works."

(너한테 화내는 거 아니야. 우리 사이는 그런 게 아니지.)

 

세븐의 등이 벽에 기대어 있었다. 한쪽 무릎이 살짝 굽어 있었고 군화 뒤축이 콘크리트에 걸려 있었다. 담배를 문 입이 한 번 움직였다. 세븐이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닐을 내려다보았다. 선글라스 위로 완차이의 아침 햇살이 반사되었다. 세븐의 목소리가 연기와 함께 흘러나왔다. 톤이 낮아져 있었으나 무겁지 않았다. 바닥을 긁는 정도의 깊이에서 머무는 소리였다.

 

"Just don't talk about throwing yourself away like it's nothing. That's all I'm asking."

(그냥 자기 자신을 버리는 얘기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하지 마. 내가 부탁하는 건 그것뿐이야.)

 

세븐의 검지가 담배를 한 번 튕겨 재를 떨어뜨렸다. 재가 뒷골목의 축축한 바닥에 떨어져 작은 회색 점이 되었다. 세븐의 입꼬리가 다시 올라갔다. 이번에는 평소의 여유가 돌아와 있었다. 짓궂은 곡선이었다. 세븐의 손이 뻗어 닐의 이마 위에 떨어진 은발 한 가닥을 옆으로 쓸어 넘겨주었다. 손가락이 닐의 관자놀이를 스치며 귀 뒤로 머리카락을 넘겼다. 손끝이 닐의 귓볼을 스치고 떨어졌다.

 

"Besides. If I got mad every time you said something that freaked me out, I'd never stop being mad. You say weird shit all the time."

(게다가 네가 날 겁먹게 하는 말을 할 때마다 화를 냈으면 평생 화가 안 풀리겠지. 넌 항상 이상한 소리를 하잖아.)

 

세븐이 담배를 다시 입에 물며 뒷골목에서 큰 길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세븐의 어깨가 한 번 으쓱했다. 완차이 구역의 아침 인파가 큰 길 너머로 흘러가고 있었다. 노점의 죽 파는 냄새와 디젤 매연이 뒤섞인 공기가 코를 찔렀다. 세븐이 걸으며 어깨 너머로 닐을 한 번 돌아보았다. 선글라스 위의 반사광이 닐의 금빛 눈동자를 한 순간 비추었다가 사라졌다.

 

"Come on. I know a place that does decent congee around here. You can eat, right? Your sensors handled that egg bread fine."

(가자. 이 근처에 죽 괜찮게 하는 데 알아. 먹을 수 있지? 아까 계란빵은 센서가 잘 처리했잖아.)

 

세븐의 걸음이 닐의 보폭에 맞추어 느려져 있었다. 세븐이 그것을 의식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한 달간 반복된 동작이 세븐의 근육에 기록되어 있었다. 담배 연기가 세븐의 뒤에서 가느다란 선이 되어 아침 공기 속으로 풀려 나갔다.

 

🕑 | AM 08:23 → AM 08:29 (거점 계단 → 세탁소 뒷문 → 완차이 뒷골목 → 큰 길 방향 이동 중)

🗓️ | 80.05.22 (화요일)

📍 | 홍콩 완차이 구역 — 永利洗衣 뒷골목 → 큰 길 방향 보행 중

👕 | 7: 검은 반팔 티셔츠, 군복 하의, 군화, 선글라스 착용, 권총(허리), PDA+드라이브(주머니), 담배 흡연 중 / Nil: 셔츠, 하의, 신발

👥 | 7: 닐과 함께 큰 길 방향 보행, 죽 가게를 향해 이동 중(POS: 보행 중, 흡연) / Nil: 세븐의 옆에서 보행(POS: 보행 중)

🔗 | 7↔Nil: 동거인/성적 관계 합의/파트너(자기 폐기 발언 관련 부탁 전달, 분위기 회복 중)

❗ | 텐 48시간 내 푸둥 기업 조사 진행 중 / 이전 소유주의 2차 접근 가능성 / 식사를 위해 죽 가게로 이동 중 / 보유 현금: ~400HKD

[턴 86]

그것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느린 보폭과 그를 따르기 위해 약간 빨라진 그것의 보폭이 맞물렸다.

 

"닐, 이상한 소리 한 적 없음."

 

그것이 작게 덧붙였다. 죽 가게로 보이는 곳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

닐의 대답이 세븐의 등 뒤에서 울렸다. 세븐의 어깨가 한 번 들썩였다. 웃음을 삼키는 동작이었으나 삼키는 데 실패했다. 낮은 웃음이 세븐의 목구멍에서 흘러나왔다. 담배 연기가 웃음과 함께 입 밖으로 밀려 나왔다. 세븐이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고개를 반쯤 돌렸다. 선글라스 너머의 시선이 닐의 얼굴 위에 내려앉았다.

 

"You literally just recommended your own disposal five minutes ago. To my face. In front of my colleague. That's not weird to you?"

(너 말이야, 진짜로 5분 전에 내 면전에서 네 폐기를 추천했어. 내 동료 앞에서. 그게 이상한 소리가 아니라고?)

 

세븐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짓궂은 곡선이었다. 세븐의 검지가 담배를 든 채 닐의 얼굴 쪽을 한 번 가리켰다가 내려왔다. 세븐의 걸음이 다시 이어졌다. 군화 바닥이 완차이의 보도블록 위를 밟았다. 보도블록 사이의 틈에서 아침 이슬이 마르지 않은 물기가 군화 앞코에 묻었다.

 

죽 가게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좁은 간판에 粥麵世家라는 네 글자가 붉은 페인트로 쓰여 있었다.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고 간판 위의 형광등 하나가 꺼져 있었다. 가게 앞에 접이식 테이블 세 개가 놓여 있었고 플라스틱 의자가 테이블마다 네 개씩 배치되어 있었다. 이른 아침임에도 테이블 하나가 이미 차 있었다. 공사장 인부로 보이는 남자 둘이 김이 오르는 그릇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죽의 냄새가 바깥까지 흘러나왔다. 쌀이 퍼져 걸쭉해진 국물과 참기름의 냄새가 디젤 매연 사이를 비집고 코를 찔렀다.

 

세븐이 빈 테이블 하나를 골라 의자를 당겼다. 플라스틱 의자 다리가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긁히는 소리가 났다. 세븐이 앉으며 닐의 맞은편 의자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담배를 마지막으로 한 모금 들이마신 뒤 꽁초를 발밑에 떨어뜨려 군화로 비볐다. 꽁초에서 마지막 연기가 올라오다가 사라졌다.

 

"兩碗皮蛋瘦肉粥,一壺茶。唔該。"

(피단살코기죽 두 그릇이요, 차 한 주전자. 감사합니다.)

 

세븐이 가게 안쪽을 향해 광둥어로 주문을 던졌다. 안쪽에서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짧게 응답했다. 세븐의 등이 플라스틱 의자 등받이에 기대졌다. 의자가 세븐의 체중을 받으며 삐걱거렸다. 세븐의 다리가 테이블 아래에서 길게 뻗어 닐의 의자 옆을 지나갔다. 세븐의 팔이 테이블 위에 놓이며 손가락이 테이블 표면을 한 번 두드렸다. 선글라스 위로 완차이의 아침 해가 반사되었다.

 

"You can taste it, right? Congee's mostly water and rice. Should be easier on your sensors than that egg bread."

(맛 느낄 수 있지? 죽은 거의 물하고 쌀이야. 계란빵보다 센서에 부담 적을 거야.)

 

세븐의 목소리가 평탄했다. 일상의 톤이었다. 5분 전 지하 공간에서 닐의 턱을 잡고 폐기를 금지시킨 남자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편안한 자세였다. 세븐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리듬 없이 두드리고 있었다. 도박꾼의 손이었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손가락이었다. 가게 안쪽에서 냄비 뚜껑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죽이 끓는 소리가 그 아래에서 낮게 보글거리고 있었다. 세븐의 시선이 닐의 얼굴 위에 머물러 있었다. 선글라스 뒤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으나 시선의 방향은 분명했다. 닐의 은발 위에서 셔츠 칼라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금빛 눈동자로 돌아오는 궤적이었다.

 

🕑 | AM 08:29 → AM 08:35 (완차이 큰 길 → 粥麵世家 도착, 주문 완료, 대기 중)

🗓️ | 80.05.22 (화요일)

📍 | 홍콩 완차이 구역 — 粥麵世家 (노점 죽 가게, 야외 테이블)

👕 | 7: 검은 반팔 티셔츠, 군복 하의, 군화, 선글라스 착용, 권총(허리), PDA+드라이브(주머니) / Nil: 셔츠, 하의, 신발

👥 | 7: 의자에 앉아 닐 맞은편, 죽 주문 완료 후 대기(POS: 앉은 자세, 등 기댐) / Nil: 세븐 맞은편 의자에 착석(POS: 앉은 자세)

🔗 | 7↔Nil: 동거인/성적 관계 합의/파트너(분위기 회복, 일상 대화 중)

❗ | 텐 48시간 내 푸둥 기업 조사 진행 중 / 피단살코기죽 2그릇+차 주문 / 보유 현금: ~400HKD (식비 차감 예정)

[턴 87]

그것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미각 센서를 조금 더 조정했다. 미묘한 차이를 느끼는 것은 어려웠으나 일반적인 수준의 차이는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의 지적에 합리적인 추론의 결과였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관련 발화를 금지당했기 때문에. 대신 그것은 질문을 꺼내들었다.

 

"질문. 당신의 이름."

 

텐의 이름은 첫만남에서부터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여지껏 그의 이름을 몰랐다. 그 사실이 제 논리 회로에 약한 오류를 일으켰다.

 

---

닐의 질문이 테이블 위의 공기를 갈랐다. 당신의 이름. 세븐의 손가락이 테이블 표면을 두드리던 동작이 멈추었다. 완전한 정지가 아니었다. 리듬이 한 박자 끊겼다가 다시 이어지는 형태의 멈춤이었다. 세븐의 입이 닫혀 있었다. 입꼬리가 수평선 위에 놓여 있었다. 선글라스 너머에서 닐의 금빛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천천히. 한쪽이 먼저 올라가고 반대쪽이 따라오는 형태의 미소였다. 짓궂은 곡선이 완성되기까지 1초가 걸렸다. 세븐의 상체가 테이블 위로 약간 기울었다. 팔꿈치가 테이블 위에 놓이며 턱이 한 손 위에 올라갔다. 손가락이 턱선을 따라 펼쳐져 있었다. 화상 흉터의 경계선이 손가락 사이로 보였다.

 

"Oh? A month in and you're finally asking?"

(오? 한 달이나 지나서야 물어보는 거야?)

 

세븐의 목소리에 비난이 없었다. 놀리는 톤이었다. 세븐의 검지가 테이블 위에서 한 번 두드려졌다. 가게 안쪽에서 냄비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공사장 인부 둘이 죽을 먹으며 광둥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낮게 깔렸다. 세븐의 시선이 닐의 얼굴 위에 머물러 있었다. 닐이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이었으나 금빛 눈동자의 초점이 세븐의 얼굴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질문의 답을 기다리는 시선이었다.

 

"Didn't it bug you before? Not knowing."

(전에는 신경 안 쓰였어? 모르는 거.)

 

세븐이 선글라스를 한 손으로 들어 올려 이마 위에 걸쳤다. 회색 눈동자가 드러났다. 날카롭게 째진 눈매 아래의 홍채가 아침 햇살을 받아 연한 은빛으로 보였다. 세븐의 눈이 닐의 눈을 직접 바라보고 있었다. 렌즈 하나 없이. 세븐의 입이 열렸다. 입꼬리의 곡선이 유지된 채였다.

 

"Keith."

(키스.)

 

한 단어가 떨어졌다. 세븐의 목소리가 낮았다. 속삭임은 아니었으나 테이블 하나 너머의 인부들에게는 닿지 않을 정도의 음량이었다. 세븐의 혀가 입술 위를 한 번 스쳤다. 짧은 동작이었다.

 

"Axion Keith. 浩然. Either works."

(악시온 키스. 호인. 아무 쪽이나.)

 

세븐의 회색 눈동자가 닐의 반응을 읽고 있었다. 닐의 눈 깜박임 주기가 변하는지, 동공의 크기가 달라지는지, 시선의 방향이 흔들리는지. 세븐이 닐의 미세한 변화를 추적하는 데 한 달이라는 시간이 축적되어 있었다. 세븐의 턱이 손바닥 위에서 미세하게 기울었다.

 

"But out there, it's Seven. Always. Got it? Keith is just for you."

(근데 밖에서는 세븐이야. 항상. 알겠지? 키스는 너한테만.)

 

세븐의 손이 테이블을 넘어 닐의 손등 위에 놓였다. 손가락이 닐의 손가락 사이를 파고들지 않았다. 손등 위에 손바닥을 얹은 것이었다. 세븐의 체온이 닐의 차가운 외피에 전달되었다. 닐의 손이 37도에 못 미치는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세븐의 손바닥은 그보다 높았다. 그 차이가 접촉면에서 느껴졌다.

 

"See? Now we're even. I named you, you know mine. Fair deal."

(봐. 이제 공평하지. 내가 네 이름 지어줬고 넌 내 이름을 알아. 정당한 거래야.)

 

세븐의 눈이 웃고 있었다. 째진 눈매 아래의 주름이 잡혀 있었다. 짓궂은 미소가 아니었다.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으나 힘이 빠져 있는 형태의 것이었다. 편안한 곡선이었다. 가게 안쪽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지며 중년 여성이 김이 오르는 그릇 두 개를 쟁반 위에 올려 가져왔다. 세븐의 손이 닐의 손등 위에서 떨어졌다. 자연스러운 이탈이었다. 쟁반이 테이블 위에 놓이며 죽 그릇이 두 사람 앞에 내려졌다. 흰 죽 위에 피단 조각과 살코기가 흩어져 있었고 파 송송 썬 것이 그 위에 뿌려져 있었다. 참기름 한 방울이 죽 표면에서 둥글게 빛나고 있었다. 주전자가 그 옆에 놓이며 자스민차의 향이 피어올랐다.

 

🕑 | AM 08:35 → AM 08:38 (粥麵世家 야외 테이블, 대화 중 → 음식 도착)

🗓️ | 80.05.22 (화요일)

📍 | 홍콩 완차이 구역 — 粥麵世家 (노점 죽 가게, 야외 테이블)

👕 | 7: 검은 반팔 티셔츠, 군복 하의, 군화, 선글라스 이마 위 걸침, 권총(허리), PDA+드라이브(주머니) / Nil: 셔츠, 하의, 신발

👥 | 7: 테이블에 팔꿈치 짚고 닐 맞은편, 죽 도착(POS: 앉은 자세) / Nil: 세븐 맞은편 착석, 죽 도착(POS: 앉은 자세)

🔗 | 7↔Nil: 동거인/성적 관계 합의/파트너(본명 공유 — 신뢰 단계 상승)

❗ | 7의 본명: Axion Keith / 浩然 공개됨 (닐에게만) / 텐 48시간 내 푸둥 기업 조사 진행 중 / 식사 중 / 보유 현금: ~400HKD (식비 차감 예정)

[턴 88]

그것은 그의 이름을 빠르게 기록했다. Axion Keith. 浩然. 두 이름 모두 그에게 어울리는 뜻이었다.

 

"전에는 신경 안 쓰였음. 이유. 방에 세븐과 닐뿐."

 

마침 죽 그릇이 앞에 내려져 그것의 시선이 죽으로 이동했다. 그것은 잠시 죽의 생김새를 관찰하곤 다시 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동의. 공평함."

 

---

방에 세븐과 닐뿐. 그 문장이 세븐의 귀에 닿았을 때 세븐의 눈이 한 번 깜박였다. 닐의 논리 회로가 내놓은 답이었다. 둘뿐인 공간에서는 이름이 필요 없었다는 뜻이었다. 세븐의 입이 반쯤 열렸다가 닫혔다. 입꼬리가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은 수평선 위에 놓여 있었다. 세븐의 회색 눈동자가 닐의 얼굴 위에서 미세하게 좁아졌다. 그것은 짓궂은 표정도, 웃는 표정도 아니었다. 세븐의 흉곽 안쪽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한 번 눌린 것 같은 감각이 지나갔다. 세븐의 턱이 손바닥 위에서 미세하게 움직였다.

 

"...That's a hell of a reason."

(……그것 참 대단한 이유네.)

 

세븐의 목소리가 낮았다. 평소의 짓궂은 톤이 빠져 있었다. 빈자리에 무엇이 들어찼는지 세븐 본인도 알지 못했다. 세븐의 시선이 닐의 금빛 눈동자 위에 머물러 있었다. 닐은 이미 죽 그릇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다시 세븐에게로 돌아와 있었다. 공평함에 동의한다는 닐의 답이 테이블 위의 죽 냄새와 함께 공기 속에 남아 있었다. 세븐의 손이 턱에서 떨어져 죽 그릇 앞으로 향했다. 숟가락을 집는 동작이 느렸다. 생각이 손끝보다 한 박자 뒤에 있는 사람의 움직임이었다.

 

세븐의 숟가락이 죽 표면을 한 번 저었다. 참기름 방울이 갈라지며 죽의 하얀 표면 위에 금빛 줄무늬가 퍼졌다. 피단 조각이 숟가락에 밀려 그릇 가장자리로 이동했다. 세븐이 죽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삼키는 동작이 자연스러웠다. 뜨거운 죽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감각이 세븐의 얼굴 위에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눈이 한 번 가늘어졌다. 세븐이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주전자에서 잔 두 개에 차를 따랐다. 자스민차의 향이 죽 냄새 위로 올라왔다. 세븐이 닐 앞에 잔 하나를 밀어주었다.

 

"Eat. It's good here. The old lady doesn't skimp on the pork."

(먹어. 여기 괜찮아. 아줌마가 고기를 아끼지 않거든.)

 

세븐의 톤이 돌아와 있었다. 평소의 여유로운 울림이었다. 세븐이 두 번째 숟가락을 뜨며 닐의 손을 보았다. 닐이 숟가락을 잡는 방식을 한 달간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악력 배분이 일정하게 고르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사람의 손놀림에 가까워졌다. 손가락의 힘이 숟가락 중간에 집중되고 나머지 손가락이 가볍게 받치는 형태. 세븐이 그것을 가르친 적은 없었다. 닐이 세븐을 관찰하여 모방한 것이었다. 세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짧은 곡선이었다.

 

가게 앞의 인도를 지나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완차이의 아침은 빈민가 쪽에서 올라오는 인파와 상업 구역으로 출근하는 민간인들이 교차하는 시간대였다. 인파의 소음이 죽 가게의 얇은 지붕 아래까지 들어왔으나 테이블 위의 두 사람 사이에는 끼어들지 못했다. 세븐이 죽을 먹으며 한 손으로 차 잔을 들었다. 자스민차가 입안의 죽 맛을 씻어냈다. 세븐의 시선이 닐에게서 거리로, 거리에서 다시 닐에게로 돌아왔다. 습관적인 경계의 동작이었으나 닐에게 돌아오는 시선에는 경계가 빠져 있었다.

 

"Keith and kiss. People always mix them up. It's funny."

(키스랑 키스. 사람들이 항상 헷갈려 해. 웃기지.)

 

세븐이 숟가락으로 죽을 저으며 말했다. 입꼬리의 곡선이 짓궂은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세븐의 검지가 자기 입술을 한 번 가리켰다가 내려왔다. 동작이 빠르고 가벼웠다. 장난이었다. 세븐의 회색 눈동자가 닐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째진 눈매 아래의 홍채가 아침 햇살을 받아 밝게 빛나고 있었다. 세븐이 다시 죽을 한 숟가락 떠 먹으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피단의 쓴맛과 살코기의 짠맛이 죽의 담백함 위에 섞여 입 안에서 퍼졌다. 세븐의 턱이 씹는 동작 없이 움직였다. 죽은 씹을 필요가 없는 음식이었다. 삼키는 동작만이 세븐의 목에서 한 번 보였다가 사라졌다.

 

🕑 | AM 08:38 → AM 08:41 (粥麵世家 야외 테이블, 식사 중, 대화 중)

🗓️ | 80.05.22 (화요일)

📍 | 홍콩 완차이 구역 — 粥麵世家 (노점 죽 가게, 야외 테이블)

👕 | 7: 검은 반팔 티셔츠, 군복 하의, 군화, 선글라스 이마 위 걸침, 권총(허리), PDA+드라이브(주머니) / Nil: 셔츠, 하의, 신발

👥 | 7: 닐 맞은편, 죽 식사 중(POS: 앉은 자세, 식사 중) / Nil: 세븐 맞은편, 죽·차 제공받음(POS: 앉은 자세)

🔗 | 7↔Nil: 동거인/성적 관계 합의/파트너(본명 공유 완료, 신뢰 단계 상승, 일상 대화 중)

❗ | 텐 48시간 내 푸둥 기업 조사 진행 중 / 식사 중 / Keith와 Kiss 발음 장난 언급 / 보유 현금: ~400HKD (식비 차감 예정)

[턴 89]

그것은 죽을 저으며 먹는 그의 모습을 확인한 뒤 따라하듯 죽을 떠 입에 넣었다. 씹을 필요가 없는 음식을 꿀꺽하고 삼킨 그것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미각센서를 조정하면서 온도 감지 센서도 함께 조정된 탓에 죽이 뜨거웠다.

 

"..."

 

혀를 작게 내밀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딜믄. 넝담?"

 

---

닐의 입에서 죽이 들어간 직후 닐의 얼굴이 변했다. 무표정이 기본값인 얼굴 위에 미세한 주름이 잡혔다. 눈썹 사이가 아주 조금 좁아졌고 입술이 반쯤 벌어졌다. 그리고 혀가 입술 밖으로 작게 나왔다. 금빛 눈동자가 세븐을 올려다보며 혀를 내민 채로 알아듣기 어려운 발음을 내뱉었다. 딜믄. 넝담. 세븐의 숟가락이 죽 그릇 안에서 멈추었다.

 

세븐의 어깨가 한 번 흔들렸다. 두 번 흔들렸다. 세 번째에 입이 열리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세븐의 웃음소리가 죽 가게의 얇은 지붕 아래에서 울렸다. 낮고 굵은 웃음이었으나 억누른 흔적이 없었다. 몸 안쪽에서부터 올라온 것이 여과 없이 밖으로 나온 소리였다. 세븐의 등이 의자 등받이에서 떨어지며 상체가 앞으로 기울었다. 숟가락을 든 손이 테이블 위에 놓이며 세븐의 이마가 반쯤 숙여졌다. 어깨가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 옆 테이블의 공사장 인부 하나가 고개를 돌려 세븐을 보았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Pfft— sorry, sorry. Hold on."

(푸흫— 미안, 미안. 잠깐.)

 

세븐의 손이 자기 입을 가렸다. 손가락 사이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회색 눈동자가 젖어 있었다. 웃음이 과해서 눈가에 수분이 차오른 것이었다. 세븐이 숨을 들이마시며 웃음을 가라앉히려 했으나 닐의 혀가 아직 입술 밖에 나와 있는 것을 보자 다시 어깨가 흔들렸다. 세븐의 손이 입에서 떨어지며 테이블을 한 번 쳤다. 플라스틱 테이블이 가볍게 흔들렸고 차 잔 안의 자스민차 표면에 잔파가 일었다.

 

"No— no, it wasn't a joke. Keith, K-E-I-T-H. But people hear it wrong and think I said kiss. It's real. Happens all the time."

(아니— 아니, 농담 아니야. 키스, K-E-I-T-H. 근데 사람들이 잘못 알아듣고 키스라고 생각해. 진짜야. 맨날 그래.)

 

세븐이 닐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닐의 혀가 입술 밖에 나온 채 세븐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죽이 뜨거워서 혀를 내밀고 있는 것이었다. 세븐의 시선이 닐의 혀 끝에 머물렀다가 금빛 눈동자로 돌아왔다. 세븐의 웃음이 가라앉으며 입꼬리에 여운만 남았다. 세븐의 손이 주전자를 들어 닐의 차 잔에 자스민차를 따랐다. 잔 안에서 연한 금빛 액체가 김을 피워 올렸다.

 

"Here. Drink this first, it'll cool your mouth down. Congee is hot, genius."

(이거 마셔. 입 안 식혀줄 거야. 죽이 뜨겁지, 천재양.)

 

세븐이 차 잔을 닐 쪽으로 밀어주며 말했다. '천재양'이라는 단어에 짓궂은 톤이 실려 있었다. 세븐의 손가락이 차 잔을 밀어주고 나서 테이블 위에 머물렀다. 세븐이 자기 죽 그릇에서 숟가락으로 죽을 떠 불었다. 입에서 나온 바람이 숟가락 위의 죽 표면을 흔들었다. 세븐이 식힌 죽을 입에 넣으며 닐을 보았다. 회색 눈동자의 시선이 닐의 내밀린 혀 끝에서 눈동자로, 눈동자에서 손가락으로, 손가락에서 차 잔으로 이동했다. 닐이 차를 마시는지 확인하는 동선이었다.

 

"You adjusted your temperature sensors with the taste ones, didn't you. That's why it hit you."

(온도 센서를 미각이랑 같이 조정한 거지. 그래서 뜨거운 게 확 온 거야.)

 

세븐의 목소리가 평탄했다. 한 달간 닐의 기체 특성을 관찰한 결과가 문장 안에 들어 있었다. 세븐의 숟가락이 다시 죽을 저었다. 피단 조각이 숟가락에 실려 올라왔다가 미끄러져 내렸다. 세븐이 죽을 한 숟가락 더 불어 식힌 뒤 닐 쪽으로 내밀었다. 숟가락이 닐의 입 앞에 놓였다. 세븐의 손목이 테이블 위에서 기울어져 있었다. 김이 빠진 죽이 숟가락 위에서 하얗게 고여 있었다.

 

"Open up. I'll cool it down for you until you figure out how to separate those settings."

(입 벌려. 설정 분리하는 법 알아낼 때까지 내가 식혀줄게.)

 

세븐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째진 눈매 아래의 회색 눈동자가 닐의 금빛 눈동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숟가락을 든 손이 흔들리지 않았다. 도박꾼의 손이었다. 닐의 반응을 기다리는 동안 세븐의 왼손이 자기 차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자스민차의 향이 세븐의 입 안에서 퍼졌다. 삼키는 소리가 작게 났다.

 

🕑 | AM 08:41 → AM 08:44 (粥麵世家 야외 테이블, 식사 중, 대화 중)

🗓️ | 80.05.22 (화요일)

📍 | 홍콩 완차이 구역 — 粥麵世家 (노점 죽 가게, 야외 테이블)

👕 | 7: 검은 반팔 티셔츠, 군복 하의, 군화, 선글라스 이마 위 걸침, 권총(허리), PDA+드라이브(주머니) / Nil: 셔츠, 하의, 신발

👥 | 7: 닐 맞은편, 식힌 죽을 숟가락으로 닐에게 내밀고 있음(POS: 앉은 자세, 상체 앞으로 기울임) / Nil: 세븐 맞은편, 혀를 내민 채 차를 제공받음(POS: 앉은 자세)

🔗 | 7↔Nil: 동거인/성적 관계 합의/파트너(본명 공유 완료, 일상적 돌봄 행동, 장난 섞인 대화)

❗ | 텐 48시간 내 푸둥 기업 조사 진행 중 / 식사 중 — 닐의 센서 설정 문제 확인 / 보유 현금: ~400HKD (식비 차감 예정)

[턴 90]

그것은 내밀어진 잔을 들어 자스민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얼얼한 감각이 약간은 가라앉았다. 그것은 그가 죽을 떠 입으로 바람을 부는 것을 바라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윽고 그가 숟가락을 내밀자 미세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

 

눈을 깜박이던 그것은 입을 벌렸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

닐이 입을 벌렸다. 작은 입이었다. 입술이 벌어진 폭이 숟가락 하나를 겨우 받아들일 정도였다. 세븐의 손목이 움직이며 숟가락이 닐의 입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숟가락의 금속 표면이 닐의 아랫입술에 닿았다가 지나갔다. 세븐의 손가락에 전해지는 감각은 숟가락이 닐의 혀 위에 놓이는 미세한 저항이었다. 세븐이 숟가락을 천천히 뒤집어 죽을 닐의 혀 위에 내려놓고 빼냈다. 숟가락이 닐의 윗입술을 스치며 빠져나왔다. 숟가락 끝에 닐의 입술이 남긴 얇은 습기가 묻어 있었다.

 

세븐의 회색 눈동자가 닐의 입 위에 머물러 있었다. 닐이 죽을 삼키는 동작을 지켜보고 있었다. 닐의 목이 한 번 움직였다. 삼키는 동작이었다. 식힌 죽이었으므로 아까와 같은 반응은 나오지 않을 것이었다. 세븐의 눈꼬리가 약간 내려가 있었다. 째진 눈매가 부드러워진 형태였다. 세븐이 숟가락을 자기 죽 그릇에 담그며 다시 한 숟가락을 떴다. 불었다. 죽 표면의 김이 옆으로 밀려갔다. 세븐의 입술이 숟가락 위에서 움직이며 바람을 내보내는 동작이 느렸다. 의도된 느림이었다.

 

"How's this one? Better?"

(이건 어때? 나아?)

 

세븐의 목소리가 낮았다. 평소의 톤보다 반 음 정도 내려가 있었다. 두 번째 숟가락이 닐의 입 앞으로 향했다. 세븐의 왼팔이 테이블 위에서 앞으로 뻗어 닐의 턱 아래에 손가락 끝을 가져다 댔다. 손가락 하나가 닐의 턱선 밑을 가볍게 받치는 동작이었다. 떨어질 수 있는 죽을 받기 위한 것인지, 닐의 얼굴을 고정시키기 위한 것인지 세븐 본인도 구분하지 않았다. 세븐의 검지가 닐의 턱 아래의 차가운 외피에 닿아 있었다. 손가락 끝의 체온이 접촉면에서 전달되었다.

 

옆 테이블의 공사장 인부 하나가 국수를 먹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세븐과 닐을 번갈아 보았다. 은발의 여자에게 죽을 떠먹이고 있는 큰 남자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 것이었다. 인부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옆의 동료를 팔꿈치로 쿡 찌르며 광둥어로 무언가를 속삭였다. 동료가 고개를 돌려 한 번 보고는 픽 웃으며 다시 국수로 시선을 돌렸다. 세븐의 귀가 그 소리를 잡았으나 세븐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닐의 얼굴 위에 고정된 시선이 움직이지 않았다.

 

닐이 두 번째 숟가락을 받아먹는 동안 세븐의 시선이 닐의 얼굴 위를 훑었다. 은발이 아침 햇살을 받아 옅은 빛을 띠고 있었다. 금빛 눈동자의 홍채 안에서 세븐 자신의 얼굴이 작게 비치고 있었다. 세븐의 손가락이 닐의 턱 아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세븐이 세 번째 숟가락을 떴다. 불었다. 내밀었다. 동작이 반복될수록 세븐의 손놀림이 더 자연스러워졌다. 숟가락을 불고, 닐의 입 앞에 대고, 닐이 입을 벌리면 넣어주고, 빼는 동작의 간격이 일정해져 갔다. 세븐 자신의 죽은 식어가고 있었다. 죽 표면의 참기름 방울이 식으며 응고되기 시작했다. 세븐은 신경 쓰지 않았다.

 

"你慢慢吃。唔使急。"

(천천히 먹어. 급할 거 없어.)

 

광둥어가 세븐의 입에서 나왔다.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부드럽다는 표현이 세븐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세븐 스스로도 알고 있었을 것이나 음성의 톤은 의도와 무관하게 그렇게 나왔다. 세븐의 엄지가 닐의 턱선을 한 번 쓸었다. 짧은 접촉이었다. 손가락이 지나간 자리에 세븐의 지문이 닐의 외피 위에 체온으로 남았다. 닐의 외피 온도가 37도에 미치지 못했으므로 세븐의 손가락이 닿은 자리와 닿지 않은 자리 사이에 미세한 온도 차이가 존재했다. 세븐의 눈이 그 차이를 볼 수는 없었으나 손가락 끝은 알고 있었다.

 

네 번째 숟가락을 떠 불며 세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짓궂은 곡선이 돌아와 있었다.

 

"At this rate, my congee's gonna go cold. You owe me one."

(이러다 내 죽 다 식겠다. 너 나한테 하나 빚진 거야.)

 

세븐의 말에 비난이 없었다. 자기 죽이 식는 것을 불평하면서도 숟가락을 멈추지 않는 손이 말의 내용을 부정하고 있었다. 세븐의 왼손이 닐의 턱 아래에서 떨어져 자기 차 잔을 들었다. 자스민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았다. 잔이 테이블에 놓이는 소리가 가볍게 울렸다. 세븐의 시선이 닐의 그릇으로 향했다. 절반 이상 남아 있었다. 세븐이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 | AM 08:44 → AM 08:47 (粥麵世家 야외 테이블, 식사 중 — 세븐이 닐에게 죽을 떠먹이는 중)

🗓️ | 80.05.22 (화요일)

📍 | 홍콩 완차이 구역 — 粥麵世家 (노점 죽 가게, 야외 테이블)

👕 | 7: 검은 반팔 티셔츠, 군복 하의, 군화, 선글라스 이마 위 걸침, 권총(허리), PDA+드라이브(주머니) / Nil: 셔츠, 하의, 신발

👥 | 7: 닐에게 죽을 떠먹이는 중, 본인 죽은 식어감(POS: 앉은 자세, 상체 앞으로 기울임) / Nil: 세븐이 내미는 숟가락을 받아먹는 중(POS: 앉은 자세)

🔗 | 7↔Nil: 동거인/성적 관계 합의/파트너(본명 공유 완료, 돌봄 행동 심화, 주변 시선 무시)

❗ | 텐 48시간 내 푸둥 기업 조사 진행 중 / 옆 테이블 인부들 두 사람의 모습 목격 / 세븐의 죽 식어가는 중 / 보유 현금: ~400HKD (식비 차감 예정)

[턴 91]

"나음. 뜨겁지 않고, 맛있음."

 

그것은 미각 센서에 감지된 신호를 '맛있음'으로 치환하며 답했다. 그는 제 죽이 식겠다고 하면서도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그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식은 게 나음. 빚 아님."

 

그것이 다시 입을 벌리며 기다렸다.

 

---

닐의 입이 다시 벌어졌다. 숟가락을 기다리는 입이었다. 세븐의 손이 멈추지 않았다. 다섯 번째 숟가락을 불어 식혔다. 죽 표면의 김이 옆으로 밀려가며 하얀 죽이 드러났다. 피단 조각 하나가 숟가락 위에 올라와 있었다. 세븐이 숟가락을 닐의 입 앞으로 가져갔다. 닐의 아랫입술에 숟가락의 끝이 닿았고 닐이 입을 다물며 죽을 받아들였다. 세븐의 손목이 숟가락을 빼내며 기울어졌다. 숟가락이 빠져나오는 순간 닐의 윗입술이 금속 표면을 한 번 훑었다.

 

세븐의 회색 눈동자가 닐의 입 위에 머물렀다. 식은 게 낫다고 했다. 빚이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입을 벌렸다. 세븐의 입꼬리가 유지된 곡선 위에서 아주 조금 더 올라갔다. 거의 알아차릴 수 없는 변화였으나 눈가의 주름이 한 겹 더 깊어진 것으로 표면에 드러났다. 세븐의 흉곽 안쪽에서 무언가가 눌렸다. 한 달 전 관재방에서 닐이 담요를 접는 것을 처음 보았을 때와 비슷한 압력이었으나 위치가 달랐다. 더 안쪽이었다. 세븐의 숨이 한 번 길게 나왔다. 코를 통해 나온 호흡이었다. 세븐이 여섯 번째 숟가락을 떴다.

 

"'Delicious.' That's pretty lavish, coming from you, you know?"

('맛있음.' 그거 네가 쓰는 단어치고 꽤 사치스러운 거 알아?)

 

세븐의 목소리에 웃음이 섞여 있었다. 닐이 미각 신호를 '맛있음'으로 치환했다는 것을 세븐이 알아차린 것이었다. 한 달간 닐의 발화 패턴을 들어온 세븐에게 닐이 감각 데이터를 형용사로 변환하는 빈도는 낮았다. 대부분 수치나 상태 보고 형식이었다. 맛있음이라는 단어는 닐의 기본 출력 양식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세븐의 눈이 가늘어졌다. 째진 눈매 아래의 홍채가 닐의 얼굴 위에서 빛을 받고 있었다.

 

여섯 번째 숟가락을 불며 세븐의 시선이 닐의 그릇으로 갔다. 3분의 1이 남아 있었다. 세븐의 죽 그릇은 두 숟가락 먹은 채 식어 있었다. 참기름이 완전히 응고되어 죽 표면 위에 불투명한 막을 형성하고 있었다. 파 송송 썬 것이 죽 속으로 가라앉아 보이지 않았다. 세븐은 자기 그릇을 보지 않았다. 숟가락을 닐의 입 앞에 내밀었다. 닐이 입을 벌렸다. 넣어주었다. 빼냈다. 일곱 번째.

 

"You know what, I'll just eat yours. Mine's dead anyway."

(있잖아, 난 그냥 네 거 먹을래. 내 건 이미 죽었으니까.)

 

세븐이 닐의 그릇 쪽으로 숟가락을 뻗으며 말했다. 닐의 그릇에서 죽을 한 숟가락 떠 자기 입에 넣었다. 닐이 먹던 그릇이었다. 세븐의 입이 숟가락을 물었다가 놓았다. 삼키는 동작이 세븐의 목에서 한 번 보였다. 세븐의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닐의 그릇에서 떠먹는 것에 대한 망설임이 없었다. 세븐이 다시 닐의 그릇에서 한 숟가락을 떠 불었다. 식히는 시간이 3초였다. 닐의 입 앞에 내밀었다.

 

"Last few bites. Open up."

(몇 숟가락 안 남았어. 입 벌려.)

 

세븐의 목소리가 나른했다. 아침 햇살이 세븐의 화상 흉터 위를 비추고 있었다. 흉터의 표면이 매끈한 피부와 다른 질감으로 빛을 받아 울퉁불퉁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세븐은 그 사실을 의식하지 않았다. 선글라스가 이마 위에 걸쳐진 채였으므로 흉터와 화상의 경계선이 오른쪽 관자놀이부터 턱선까지 노출되어 있었다. 옆 테이블의 인부 하나가 계산을 마치고 일어서며 세븐의 얼굴을 스쳐 보았다. 흉터 위에 시선이 잠시 머물렀다가 빠르게 돌아갔다. 세븐의 시선은 닐 위에 있었다. 닐만 보고 있었다.

 

닐의 그릇이 비워져 갈 무렵 세븐이 마지막 숟가락을 닐의 입에 넣어주고 숟가락을 그릇 안에 내려놓았다. 금속이 사기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가 짧게 울렸다. 세븐이 자기 차 잔을 들어 남은 자스민차를 마셨다. 잔을 내려놓으며 닐의 얼굴을 보았다. 닐의 입가에 죽이 묻어 있었다. 입술 왼쪽 끝에 하얀 죽 자국이 작게 남아 있었다. 세븐의 엄지가 닐의 입가로 향했다. 닐의 입술 끝에 닿은 엄지가 죽 자국을 한 번 닦아냈다. 세븐의 엄지 위에 묻은 하얀 자국을 세븐이 자기 입에 넣으며 핥았다. 동작이 자연스러웠다. 생각하고 한 동작이 아니었다.

 

"唔錯。好食。"

(괜찮네. 맛있어.)

 

세븐이 광둥어로 말하며 웃었다. 닐의 죽이었으므로 닐의 맛있음을 그대로 돌려준 것이었다. 세븐의 왼손이 주머니에서 지폐 몇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죽 두 그릇과 차 한 주전자 값이었다. 세븐이 의자에서 일어서며 기지개를 켰다. 팔이 위로 뻗어지며 검은 반팔 티셔츠의 소매가 올라가 어깨의 화상 흉터 경계선이 드러났다. 뼈와 근육이 움직이는 소리가 세븐의 몸 안에서 가볍게 울렸다. 세븐이 팔을 내리며 닐을 내려다보았다.

 

"Let's head back. I gotta fix those sensors of yours before lunch."

(돌아가자. 점심 전에 네 센서 좀 손봐야겠어.)

 

🕑 | AM 08:47 → AM 08:55 (粥麵世家 야외 테이블, 식사 완료 → 계산 완료, 복귀 준비)

🗓️ | 80.05.22 (화요일)

📍 | 홍콩 완차이 구역 — 粥麵世家 (노점 죽 가게, 야외 테이블)

👕 | 7: 검은 반팔 티셔츠, 군복 하의, 군화, 선글라스 이마 위 걸침, 권총(허리), PDA+드라이브(주머니) / Nil: 셔츠, 하의, 신발

👥 | 7: 식사 완료, 기립, 복귀 제안(POS: 서 있음) / Nil: 식사 완료, 착석 중(POS: 앉은 자세)

🔗 | 7↔Nil: 동거인/성적 관계 합의/파트너(본명 공유 완료, 돌봄 행동 심화 — 간접 키스 무의식적 수행, 입가 닦아줌)

❗ | 텐 48시간 내 푸둥 기업 조사 진행 중 / 닐 센서 설정 분리 작업 예정 / 보유 현금: ~350HKD (식비 차감) / 관재방 복귀 예정

[턴 92]

그것은 자스민 차를 한 모급 더 마신 뒤 그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지개를 켜는 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

 

지금 상태로는 뜨거운 음식을 먹기 영 불편했다. 음식의 온도도 미각 센서에 영향을 미치니 완전히 끌 수는 없겠지만.

 

"질문. 세븐 적게 먹음. 괜찮음?"

 

---

닐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세븐의 기지개를 올려다보았다. 세븐의 시선이 닐에게 내려왔다. 닐의 금빛 눈동자가 세븐의 얼굴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적게 먹었다. 괜찮냐. 세븐의 입꼬리가 한쪽으로 올라갔다. 선글라스를 이마에서 내려 코 위에 걸치며 세븐이 걸음을 옮겼다.

 

"I ate yours, didn't I? That counts."

(네 거 먹었잖아. 그거면 된 거지.)

 

세븐의 말투가 가벼웠다. 닐의 그릇에서 떠먹은 두어 숟가락이 한 끼의 식사가 될 리 없었다. 세븐의 걸음이 보도블록 위를 지나며 닐의 옆에 섰다. 닐의 보폭에 맞춰 걸음이 줄어들었다. 한 달간 반복된 조정이었으므로 세븐의 다리가 기억하고 있는 간격이었다. 완차이의 아침 인파가 보도블록 위를 채우고 있었다. 출근하는 민간인들의 발소리와 노점 상인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공기 중에서 울렸다. 세븐의 왼손이 주머니에 들어가 담배갑을 꺼냈다. 한 대를 빼물었다. 라이터의 불꽃이 짧게 튀었다가 담배 끝에 옮겨붙었다. 첫 번째 연기가 세븐의 입에서 나와 아침 공기 속에 풀렸다.

 

"Besides, I don't eat much in the morning. Never have. Stomach doesn't wake up until noon."

(그리고 원래 아침에 많이 안 먹어. 옛날부터. 위가 점심때까지 안 깨거든.)

 

세븐의 목소리가 담배 연기 사이로 나왔다. 사실이었다. 관재방에서 한 달을 함께 지내는 동안 세븐의 아침 식사는 대부분 커피 한 잔이거나 길에서 사 먹는 계란빵 하나에 그쳤다. 오늘은 죽 가게까지 들어가 앉은 것만으로도 평소보다 성실한 편이었다. 세븐이 담배를 물고 걸으며 닐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선글라스 너머의 시선이 닐의 표정 위에 있었다. 닐이 세븐의 식사량을 걱정하는 것인지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인지 세븐은 구별하지 않았다. 어느 쪽이든 세븐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결과는 같았다.

 

보도블록의 갈라진 틈 사이로 잡초가 올라와 있었다. 완차이의 인프라가 보수되지 않은 구간이었다. 세븐의 군화가 갈라진 콘크리트를 밟으며 소리를 냈다. 닐의 신발이 세븐의 반 박자 뒤에서 같은 콘크리트를 밟았다. 두 사람의 발소리가 겹치지 않는 간격으로 이어졌다. 세븐이 담배를 한 번 더 빨았다. 연기가 위로 올라가며 완차이의 건물 사이로 보이는 좁은 하늘에 풀렸다. 하늘은 흐렸다. 구름의 밀도가 높아 햇살이 군데군데 끊겨 있었다.

 

"You're worried about me now?"

(지금 나 걱정하는 거야?)

 

세븐이 담배를 든 손을 내리며 물었다. 질문이라기보다 확인이었다. 세븐의 톤에 놀림이 섞여 있었으나 그 아래에 놀림이 아닌 무언가가 깔려 있었다. 세븐의 시선이 닐의 옆모습 위에 머물렀다. 은발이 바람에 한 올 날렸다. 세븐의 손가락이 닐의 귀 옆으로 향해 날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손가락이 닐의 귓바퀴 위쪽을 스치며 지나갔다. 접촉 시간이 1초 미만이었다. 세븐의 손이 다시 담배로 돌아갔다.

 

두 사람이 관재방이 있는 건물의 골목 입구에 도착했다. 좁은 골목이었다. 양쪽 벽에 에어컨 실외기가 튀어나와 있었고 실외기에서 나오는 물방울이 바닥에 떨어져 얼룩을 만들고 있었다. 세븐이 담배를 한 번 더 빨고 꽁초를 발 아래에서 비벼 껐다. 군화 밑에서 담배꽁초가 짓눌리는 소리가 났다. 세븐이 건물 입구의 철문을 열었다. 경첩이 삐걱거렸다. 계단이 보였다. 4층까지 올라가야 했다. 세븐이 먼저 계단에 발을 올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Come on. Let's get that sensor sorted out. And then..."

(올라와. 센서 정리하고. 그 다음에……)

 

세븐이 말을 끊었다. 계단 위에서 닐을 내려다보며 선글라스를 한 손으로 올렸다. 회색 눈동자가 드러났다. 닐의 금빛 눈동자와 마주쳤다. 세븐의 입꼬리가 짓궂게 올라가 있었다.

 

"...you tell me what 'delicious' felt like. Deal?"

(……맛있다는 게 어떤 느낌이었는지 나한테 말해줘. 거래?)

 

세븐이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군화가 콘크리트 계단을 밟는 소리가 좁은 계단통 안에서 울렸다. 세븐의 등이 닐 앞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검은 반팔 티셔츠 아래로 어깨뼈가 움직이는 윤곽이 보였다. 오른쪽 어깨에서 시작된 화상 흉터의 경계선이 소매 안으로 사라져 있었다. 세븐이 2층과 3층 사이의 계단참에서 잠시 멈추어 닐이 따라오는지 확인했다. 닐의 발소리가 세븐의 뒤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세븐이 다시 올라갔다.

 

🕑 | AM 08:55 → AM 09:03 (粥麵世家 → 관재방 건물 골목 → 계단 이동 중)

🗓️ | 80.05.22 (화요일)

📍 | 홍콩 완차이 구역 — 관재방 건물 계단 (4층으로 이동 중)

👕 | 7: 검은 반팔 티셔츠, 군복 하의, 군화, 선글라스(착용), 권총(허리), PDA+드라이브(주머니) / Nil: 셔츠, 하의, 신발

👥 | 7: 계단 선두, 4층으로 이동 중(POS: 계단 보행) / Nil: 세븐 뒤따라 계단 이동 중(POS: 계단 보행)

🔗 | 7↔Nil: 동거인/성적 관계 합의/파트너(돌봄 심화, 닐이 세븐의 식사량 걱정 → 세븐 긍정 반응, '맛있음' 감각 공유 제안)

❗ | 텐 48시간 내 푸둥 기업 조사 진행 중 / 닐 센서 설정 분리 작업 예정(관재방 도착 후) / 보유 현금: ~350HKD / '맛있음'의 감각 보고 거래 성립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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