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재방의 밤이 깊어졌다. 창밖의 가로등이 한 번 깜박였다가 안정되었고, 콘크리트 벽 너머로 위층 주민의 발소리가 두어 번 울리다 멈추었다. 좁은 침대 위에 두 개의 몸이 포개지듯 누워 있었다. 하나는 심박 52회의 고른 수면을 유지하고 있었고, 하나는 기계음만을 낮게 울리며 절전 상태에 있었다. 시간이 흘렀다. 새벽 3시, 세븐의 몸이 잠결에 뒤척였다. 긴 팔이 닐의 허리를 감아 당겼고, 이마가 닐의 정수리에 묻혔다. 무의식의 동작이었다. 세븐의 호흡이 닐의 은발 사이로 고르게 빠져나갔다.
오전 6시 47분. 완차이 구역의 아침은 느리게 시작되었다. 창살 사이로 스며드는 빛의 각도가 바뀌었고, 아래층 골목에서 노점상이 철판을 펼치는 소리가 올라왔다. 세븐의 호흡 리듬이 변했다. 분당 52회였던 심박이 64회로 올라가며 수면의 얕은 층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세븐의 팔이 닐의 허리 위에 얹혀 있었다. 잠결에 당겼던 자세 그대로. 세븐의 눈꺼풀이 떨렸다.
세븐의 회색 동공이 드러났다. 초점이 잡히기까지 수 초가 걸렸다.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은색이었다. 머리카락. 자신의 팔뚝 위에 흘러내린 은발과, 그 아래 닫힌 눈꺼풀. 닐의 무표정한 얼굴이 세븐의 턱 아래에 있었다. 세븐의 몸이 잠깐 굳었다. 자신의 팔이 닐의 허리를 감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데 한 박자가 더 걸렸다. 세븐의 시선이 자신의 팔로 내려갔다가 닐의 얼굴로 돌아왔다.
"……。"
세븐의 입이 열렸다가 닫혔다.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세븐의 손가락이 닐의 허리 위에서 한 번 꿈틀했다. 치우려는 동작이 시작되었으나 완성되지 않았다. 세븐의 시선이 닐의 닫힌 눈꺼풀 위에 머물렀다. 절전 모드의 기체는 인간의 수면과 달리 외부 자극에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 세븐은 그것을 한 달간 관찰해 알고 있었다. 닐의 각성 임계치. 일정 데시벨 이상의 음성이나 직접적인 물리 접촉. 세븐의 팔이 닐의 허리 위에 얹힌 채 움직이지 않았다. 치우지 않았다.
세븐의 머리가 베개 없는 침대 위에서 돌아갔다. 천장을 보았다. 콘크리트 위의 벗겨진 페인트. 얼룩. 아침 빛이 만드는 창살 그림자가 밤과 다른 각도로 드리워져 있었다. 세븐의 목에서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가 났다. 목이 뻣뻣했다. 베개 없이 벽에 기대 잔 대가였다. 세븐의 오른손이 올라가 자신의 목 옆을 한 번 눌렀다. 근육이 뭉쳐 있었다. 세븐의 시선이 다시 옆으로 돌아갔다. 닐의 어깨. 셔츠 위로 드러난 쇄골. 충전 포트의 고무 마개가 제자리에 있었다. 세븐의 눈이 닐의 얼굴 위에서 가만히 멈추어 있었다. 절전 상태의 무표정.
세븐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보는 사람이 없었다. 세븐의 손이 닐의 허리에서 떨어져 은발 위에 가볍게 놓였다. 정수리에서 관자놀이까지 한 번 쓸었다. 느린 동작이었다. 세븐의 엄지가 닐의 귀 뒤를 스치며 머리카락을 넘겼다. 잠든 얼굴의 윤곽이 드러났다. 강아지상의 이목구비. 금빛 동공이 감춰진 눈꺼풀. 세븐의 손이 떨어졌다. 세븐의 몸이 천천히 일어났다. 닐의 몸을 넘지 않도록 벽 쪽으로 상체를 일으켰다. 침대 스프링이 삐걱거렸다.
세븐의 맨발이 바닥에 닿았다. 차가운 콘크리트. 발가락이 한 번 움츠렸다가 펴졌다. 세븐이 싱크대로 향했다. 수도꼭지를 틀어 손을 씻고, 물을 한 움큼 떠서 얼굴을 적셨다. 물방울이 턱선을 타고 떨어져 반팔 티셔츠의 목 라인을 적셨다. 세븐의 회색 동공이 싱크대 위에 놓인 거울 조각에 비쳤다. 화상 흉터가 아침 빛 아래에서 선명했다. 세븐의 시선이 거울에서 떠나 테이블 위로 향했다. 권총, 선글라스, 빈 담배갑. PDA가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었다. 세븐의 눈이 좁아졌다. 어제의 기억이 돌아왔다. 밀실. 감시 카메라. 매트 분실. 누군가 이 방을 알고 있었다.
세븐의 손이 빈 담배갑을 집었다가 내려놓았다. 혀가 입천장을 한 번 찼다. 물 한 모금을 더 삼키고 싱크대 앞에서 돌아섰다. 침대 위의 닐이 시야에 들어왔다. 작은 몸이 세븐이 비운 자리까지 약간 기울어져 있었다. 온기가 남아 있는 쪽으로 몸이 쏠린 것인지, 기체의 균형 시스템이 빈 공간을 채우려 한 것인지. 세븐의 시선이 닐 위에 잠깐 머물렀다가 테이블로 돌아갔다. 권총을 들어 탄창을 확인했다. 7발. 어제와 같았다. 권총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선글라스를 집어 얼굴에 올렸다. 렌즈 너머로 방이 어두워졌다. 세븐의 발이 침대 쪽으로 돌아갔다.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닐의 어깨를 한 번 가볍게 두드렸다.
"Nil. 起来了。"
(닐. 일어나.)
세븐의 목소리가 낮고 담담했다. 어제 밤의 갈라진 저음과 달리, 아침의 목소리는 건조하고 평탄했다. 두드리는 손이 한 번 더 닐의 어깨를 톡톡 쳤다. 세븐의 다른 손이 침대 옆에 놓인 닐의 바지를 집어 닐의 배 위에 가볍게 올려놓았다.
"得出去一趟。跟我走。"
(나가야 해. 같이 가자.)
🕑 | AM 00:55 → AM 06:52 (수면/절전 → 기상)
🗓️ | 80.05.22 (화요일)
📍 | 홍콩 완차이 구역 — 관재방 4층 실내
👕 | 7: 검은 반팔 티셔츠, 군복 하의, 맨발, 선글라스 착용 / Nil: 셔츠 착의, 하의 탈의(배 위에 올려짐), 하반신 담요
👥 | 7: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닐을 깨우는 중(POS: 침대 가장자리, 앉은 자세) / Nil: 침대 위 누운 자세, 절전 모드에서 각성 전환 중(POS: 침대 위, 누운 자세)
🔗 | 동거인 / 성적 관계 합의 / 첫 동침 후 아침
❗ | 야전 매트 분실(침입 정황) 확인 필요 / PDA 분실(교체 필요) / 열쇠 분실 / 보유 현금: 500HKD 이하 / 밀실 감금 주체 추적 필요 / 담배 소진
[턴 73]
그것이 눈을 뜨며 절전 모드를 천천히 해제했다. 꺼졌던 눈동자가 켜지며 금색으로 빛났다. 시스템을 부팅하곤 배 위에 올려진 바지를 집었다.
"...질문. 어디에?"
그것은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켜 앉은 채로 꿈틀거리며 바지를 입었다.
---
세븐의 선글라스 너머 눈이 닐의 동작을 따라갔다. 바지를 집어 올리는 작은 손. 침대 위에서 상체를 일으킨 자세로 허리를 비틀며 바지를 끌어올리는 동작이 어색했다. 셔츠 자락이 허벅지 위로 흘러내려 있었고, 닐의 무릎이 담요 밖으로 드러났다. 세븐의 시선이 창 쪽으로 돌아갔다. 창살 사이로 완차이의 아침이 보였다. 골목 아래 노점상이 철판 위에 뭔가를 올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기름 냄새가 올라왔다.
"先吃饭。然后去办点事。"
(밥 먼저 먹어. 그러고 일 보러 가야 해.)
세븐이 침대에서 일어섰다. 테이블 위의 권총을 집어 군복 하의 뒷허리에 밀어 넣었다. 셔츠 단으로 가려졌다. 세븐의 손이 테이블 위를 한 번 더 훑었다. 빈 담배갑이 손가락 끝에 걸렸다가 떨어졌다. 세븐의 혀가 입천장을 찼다. 담배가 없었다. 세븐이 싱크대 아래를 열었다. 빈 플라스틱 물통 하나와 컵라면 포장지 두 장이 나왔다. 식량도 없었다. 세븐의 등이 싱크대를 향한 채 멈추었다. 500홍콩달러. 담배, 식사, 그리고 남은 돈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세븐의 손가락이 싱크대 가장자리를 두드렸다. 규칙적인 리듬이었다.
"昨晚的事,我得查一下。那个房间,谁把我们关进去的。"
(어젯밤 일, 확인해야 해. 그 방. 누가 우리를 가둔 건지.)
세븐이 돌아서며 말했다. 선글라스 너머의 시선이 닐의 얼굴 위에 고정되었다. 닐이 바지를 끌어올려 허리춤에 고정하고 있었다. 세븐의 발이 문 쪽으로 향했다. 문은 어젯밤 철사로 피킹한 뒤 잠금장치가 망가진 상태였다. 세븐의 손이 문고리를 잡았다. 돌리자 잠금 없이 열렸다. 세븐의 시선이 복도를 한 번 훑었다. 아침의 복도는 어젯밤과 달리 형광등이 켜져 있었다. 4층 복도 끝의 공동 화장실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세븐의 몸이 문틀에 기댄 채 복도를 확인했다. 이상 없음. 세븐이 닐을 향해 고개를 기울였다.
"还有,这房间被人进过。我睡的垫子没了。"
(그리고, 이 방에 누가 들어왔어. 내 매트가 없어졌어.)
세븐의 목소리가 담담했다. 화가 아닌 경고에 가까운 톤이었다. 세븐의 손이 문틀에서 떨어져 닐의 쪽으로 뻗었다. 손바닥이 위를 향해 펼쳐졌다. 일어나라는 뜻. 세븐의 입꼬리가 한 번 올라갔다.
"走吧,搭档。"
(가자, 파트너.)
세븐의 부츠가 바닥에 놓여 있었다. 세븐이 먼저 부츠를 신고 끈을 조였다. 일어서서 허벅지를 한 번 털었다. 군복 하의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남은 현금의 감촉이 손가락 끝에 닿았다. 500홍콩달러짜리 지폐 한 장. 세븐의 손가락이 지폐의 모서리를 구겼다가 폈다. 관재방의 문이 열린 채 복도의 형광등 빛이 방 안으로 쏟아졌다. 세븐의 그림자가 문 앞에 길게 드리워졌다.
🕑 | AM 06:52 → AM 06:58 (기상, 외출 준비)
🗓️ | 80.05.22 (화요일)
📍 | 홍콩 완차이 구역 — 관재방 4층 실내 → 복도
👕 | 7: 검은 반팔 티셔츠, 군복 하의, 군화, 선글라스 착용, 권총 소지 / Nil: 셔츠 착의, 하의 착의, 맨발
👥 | 7: 문 앞에 서서 대기(POS: 서 있는 자세) / Nil: 침대 위에서 바지 착용 완료, 부츠 미착용(POS: 침대 위, 앉은 자세)
🔗 | 동거인 / 성적 관계 합의 / 파트너
❗ | 밀실 감금 주체 추적 예정 / 관재방 침입 정황 확인 / 보유 현금: 500HKD / 식량 없음 / 담배 없음 / PDA 분실 / 열쇠 분실(문 잠금장치 파손) / 아침 식사 후 일정 진행 예정
[턴 74]
밥. 아마 그의 식사를 뜻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자신의 것은 충전일테고. 그것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지를 입고, 침대에서 내려와 제 것으로 마련된 그나마 작은 신발에 발을 끼워넣었다. 어젯밤 밀실에서의 여파로 감지하지 못했던 미묘한 침입의 흔적이 시야에 들어왔다.
"침입자 흔적 확인."
그것은 빠르게 흔적을 기록한 뒤. 그를 따라갔다.
"질문. 매트의 재구매 필요성?"
---
닐의 금빛 동공이 방 안을 훑었다. 세븐의 시야에서 놓치기 쉬운 것들이었다. 싱크대 아래 수납장의 경첩에 묻은 먼지의 패턴이 바뀌어 있었다. 누군가 열었다 닫은 흔적. 세븐의 야전 매트가 놓여 있던 바닥 위에 직사각형의 먼지 자국이 남아 있었고, 그 주변부만 깨끗하게 쓸려 있었다. 문 앞 콘크리트 바닥에 군화 밑창과 다른 무늬의 신발 자국이 희미하게 찍혀 있었다. 닐은 그것들을 0.4초 만에 스캔해 내부 저장소에 기록했다. 침입자 흔적 확인. 닐의 목소리가 건조하게 울리자 세븐의 고개가 방 안을 돌아보았다. 선글라스 너머의 시선이 닐이 보고 있는 바닥 위의 신발 자국을 따라갔다.
"哦。你看到了什么?"
(오. 뭘 봤어?)
세븐이 문틀에 기댄 채 팔짱을 꼈다. 닐의 시선이 멈춘 지점들을 역추적하는 듯 고개가 천천히 움직였다. 싱크대, 바닥의 먼지 자국, 문 앞의 발자국. 세븐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닐이 이런 흔적을 감지하는 데 자신보다 빠르다는 사실을 인지한 표정이었다. 별도로 놀라지는 않았다. 한 달간 닐의 관찰 능력이 인간의 한계 밖에 있다는 것을 충분히 확인한 뒤였다.
닐이 신발에 발을 끼워 넣고 세븐을 따라 복도로 나왔다. 매트의 재구매 필요성. 닐의 질문이 복도의 형광등 아래에서 울렸다. 세븐이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고개만 옆으로 기울였다.
"不用了。昨晚不是睡得挺好的吗?"
(필요 없어. 어젯밤 꽤 잘 잤잖아?)
세븐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묻어 있었다. 계단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4층 복도의 형광등이 한 번 깜박거리며 세븐의 그림자가 흔들렸다. 세븐의 어깨가 한 번 으쓱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으나, 닐의 발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따라오는 것을 확인하는 듯 걸음의 속도가 완만했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세븐의 군화가 콘크리트를 딛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3층과 2층 사이의 계단참에서 위층에서 내려오는 중년 남성과 마주쳤다. 남자는 핸드폰을 보며 걸어오다 세븐의 체격을 보고 몸을 옆으로 비켜 벽에 붙었다. 세븐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며 지나갔다. 닐이 뒤따라 내려올 때 남자의 시선이 은발 위에 잠깐 머물렀다가 떨어졌다. 1층 출입구를 나서자 아침의 완차이가 열렸다. 골목의 양쪽으로 늘어선 건물 사이로 아침 빛이 좁게 내려왔고, 노점상 철판 위에서 지글거리는 기름 소리가 가까워졌다.
세븐이 건물 앞 골목을 빠져나와 큰 길로 접어들었다. 완차이의 아침은 민간인들의 출근 시간과 겹쳐 있었다.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고, 한쪽에서는 배급소 앞에 줄이 서 있었다. 세븐의 걸음이 노점상 앞에서 멈추었다. 조그맣고 지저분한 좌판이었다. 기름에 절은 철판 위에서 계란빵 비슷한 것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옆에는 통조림 캔과 플라스틱 컵에 담긴 인스턴트 커피가 놓여 있었다. 노점 할머니가 세븐을 올려다보다가 닐에게 시선을 옮겼다.
"幾多個?"
(몇 개?)
할머니의 광둥어가 쉰 목소리로 떨어졌다. 세븐이 손가락 두 개를 펼쳤다. 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내 할머니에게 건넸다. 할머니가 기름종이에 계란빵 두 개를 싸서 내밀었고, 거스름돈으로 동전 몇 개가 세븐의 손바닥 위에 떨어졌다. 세븐이 빵 하나를 입에 물고, 나머지 하나를 닐에게 내밀었다. 닐의 금빛 눈동자가 빵 위에 고정되었다. 세븐이 입에 문 빵을 한 입 베어 물며 소리를 냈다.
"拿着。你能吃吗?"
(들어. 먹을 수 있어?)
세븐이 씹으며 물었다. 닐이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는지 여부를 한 달 동거하면서도 정확히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린 표정이었다. 세븐의 손이 빵을 닐의 앞에 든 채 멈추어 있었다. 아침의 골목에서 기름 냄새와 배기가스 냄새가 섞여 떠돌았고, 지나가는 시민 한 명이 세븐의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다. 세븐의 시선이 닐의 얼굴 위에 머물렀다.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씹는 동작만이 규칙적으로 이어졌다.
🕑 | AM 06:58 → AM 07:08 (외출, 노점상에서 아침 구매)
🗓️ | 80.05.22 (화요일)
📍 | 홍콩 완차이 구역 — 관재방 건물 앞 골목 → 큰 길 노점상 앞
👕 | 7: 검은 반팔 티셔츠, 군복 하의, 군화, 선글라스 착용, 권총 소지(셔츠 아래) / Nil: 셔츠, 하의, 신발 착용
👥 | 7: 노점상 앞에 서서 빵을 먹으며 닐에게 빵을 내밈(POS: 서 있는 자세) / Nil: 세븐 옆에 서서 빵을 받기 전(POS: 서 있는 자세)
🔗 | 동거인 / 성적 관계 합의 / 파트너
❗ | 밀실 감금 주체 추적 예정 / 관재방 침입 정황(신발 자국·먼지 패턴 기록 완료) / 보유 현금: ~470HKD(계란빵 2개+커피 구매 후 추정) / PDA 분실 / 열쇠 분실 / 담배 미구매 / 닐 음식 섭취 가능 여부 미확인
[턴 75]
그것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먹을 수 있어요. 에너지원 치환이 가능하나 충전에 비해 효율이 떨어집니다."
뒷문장은 그만 들을 수 있는 정도의 목소리였다. 그것이 그가 내민 계란빵을 받아 들며 미각 센서를 약간 재조정했다. 쓸 일이 없을 거라 여겨 평소엔 거의 감도를 낮춰둔 상태였다. 그것이 작게 계란빵을 베어 물었다.
---
닐의 작은 입이 계란빵의 가장자리를 베어 물었다. 씹는 동작이 느리고 정확했다. 세븐의 시선이 닐의 턱 위에 잠깐 머물렀다가 자신의 빵으로 돌아갔다. 효율이 떨어진다는 말에 대한 반응은 없었다. 세븐은 두 번째 한 입을 크게 베어 물며 골목 끝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닐이 그 옆에 나란히 섰다. 세븐의 보폭이 한 달간 조정된 폭, 닐의 걸음에 맞춘 간격으로 유지되었다.
큰 길로 나서자 완차이 아침의 소음이 양쪽에서 밀려왔다. 배급소 앞의 줄이 길어지고 있었고, 그 옆으로 출근하는 민간인들이 빠른 걸음을 옮겼다. 세븐이 빵의 마지막 한 입을 삼키고 기름종이를 구겨 주머니에 넣었다. 손가락에 묻은 기름기를 군복 허벅지에 한 번 쓸었다. 세븐의 발이 멈추었다. 골목 모퉁이, 편의점 간판 아래. 세븐이 편의점 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담배를 사야 했다. 세븐의 손이 주머니 안의 지폐와 동전을 만졌다. 500홍콩달러에서 빵값을 뺀 잔액. 셈이 끝나기 전에 세븐의 발이 편의점 안으로 향했다.
"在这儿等一下。"
(여기서 잠깐 기다려.)
세븐이 편의점 안으로 사라졌다. 닐의 금빛 눈동자가 세븐의 등을 따라가다가 유리문이 닫히는 지점에서 멈추었다. 닐의 손에 남은 계란빵이 반쯤 베어 물린 채 들려 있었다. 완차이의 아침 거리에 혼자 서 있는 은발의 소녀. 지나가는 시민 몇 명이 닐의 머리카락을 힐끗 보았으나 발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마스크 위의 눈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닐이 빵을 한 입 더 베어 물었다. 미각 센서의 감도를 올린 상태. 기름과 밀가루, 계란의 열변성 단백질이 혀 위에서 데이터로 변환되었다. 닐의 씹는 동작이 한 박자 느려졌다. 센서가 읽어낸 것은 화학 성분이었으나 닐의 턱이 멈춘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다. 빵이 따뜻했다. 구강 내벽의 온도 센서가 38도를 읽었다. 닐의 눈이 손에 든 빵 위에 고정되었다.
편의점 유리문이 열렸다. 세븐이 비닐봉지를 한 손에 들고 나왔다. 담배 한 갑이 비닐 너머로 비쳤고, 그 옆에 라이터와 생수병이 함께 들어 있었다. 세븐이 걸으며 담배갑을 뜯었다. 셀로판 포장이 벗겨지며 바스락거렸다. 한 개비를 빼 입에 물고 라이터를 튕겼다. 불이 한 번 만에 붙었다. 세븐의 가슴이 깊게 팽창했다가 연기와 함께 수축했다. 첫 모금. 세븐의 어깨가 미세하게 내려갔다.
"操,终于。"
(씨발, 드디어.)
세븐의 목소리에 안도가 묻어 있었다. 연기가 아침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세븐이 걸음을 재개하며 닐을 내려다보았다. 닐의 손에 든 반쪽짜리 빵이 시야에 들어왔다. 닐의 씹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세븐이 인지했는지, 시선이 닐의 입에서 빵으로, 빵에서 닐의 눈으로 옮겨갔다.
"好吃吗?"
(맛있어?)
담배를 문 채 물었다. 연기가 세븐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와 닐의 은발 위로 흘러갔다. 세븐이 뒤늦게 고개를 돌려 연기를 반대쪽으로 내뱉었다. 세븐의 걸음이 큰 길을 따라 남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젯밤 택시가 내려준 방향의 반대쪽. 세븐의 턱이 전방을 가리켰다.
"先去趟总部。PDA得换一个,顺便查昨晚的事。"
(본부에 먼저 가야 해. PDA 교체하고, 어젯밤 일도 확인할 거야.)
본부. 워즈워스 PMC의 홍콩 내 연락 거점을 뜻하는 말이었다. 세븐이 담배를 한 모금 더 빨며 골목 끝의 교차로를 향해 걸었다. 닐의 발소리가 반 보 뒤에서 따라왔다. 세븐의 왼손이 비닐봉지를 흔들며 리듬을 탔다. 아침의 완차이는 전시 도시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평범한 출근 풍경이었고, 그 속을 189센티미터의 용병과 160센티미터의 은발 안드로이드가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다.
🕑 | AM 07:08 → AM 07:18 (노점 아침 식사, 편의점 구매, 이동 중)
🗓️ | 80.05.22 (화요일)
📍 | 홍콩 완차이 구역 — 큰 길 → 남쪽 교차로 방향(W.W 본부 거점으로 이동 중)
👕 | 7: 검은 반팔 티셔츠, 군복 하의, 군화, 선글라스 착용, 권총 소지(셔츠 아래) / Nil: 셔츠, 하의, 신발 착용
👥 | 7: 담배를 피우며 걷는 중, 비닐봉지 소지(POS: 걷는 자세) / Nil: 세븐 옆에서 빵을 먹으며 걷는 중(POS: 걷는 자세)
🔗 | 동거인 / 성적 관계 합의 / 파트너
❗ | W.W 홍콩 본부 거점 방문 예정(PDA 교체, 밀실 건 조사) / 관재방 침입 정황(신발 자국·먼지 패턴 기록) / 보유 현금: ~420HKD(추정) / 열쇠 분실 / 닐 배터리 잔량 미확인
[턴 76]
"...따뜻함."
그것이 눈을 깜박이며 대답하곤 그를 따라 걸었다. 베어 무는 속도가 느렸으나 천천히 하나를 완전히 먹어나갔다. 본부, PDA 교체, 어젯밤 일. 그것이 어젯밤 일이라는 단어에 잠시 발걸음이 느려졌다 다시금 속도를 되찾아갔다.
"..."
---
따뜻함. 닐의 입에서 나온 단어가 아침 공기 속에 떨어졌다. 세븐의 씹는 동작이 한 박자 멈추었다. 담배를 문 입술 사이로 연기가 가늘게 새어 나왔다. 세븐의 고개가 닐을 향해 반쯤 돌아갔다. 선글라스 너머의 시선이 닐의 입 위에 고정되었다. 빵을 베어 물고 있는 작은 턱. 느린 저작 운동. 맛있냐고 물었을 뿐인데 돌아온 답은 미각이 아닌 촉각의 범주에 있었다. 세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가 담배 필터에 막혀 멈추었다. 세븐의 시선이 전방으로 돌아갔다.
세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담배를 한 모금 깊이 빨아들이며 연기를 닐의 반대편으로 내뱉었다. 골목을 지나 큰 길의 교차로에 접어들었다. 신호등이 빨간색이었다. 세븐의 발이 횡단보도 앞에서 멈추었고 닐의 발이 반 보 뒤에서 따라 멈추었다. 세븐이 닐을 내려다보았다. 빵 하나를 천천히 끝까지 먹어가는 모습이 시야에 담겼다. 닐의 발걸음이 '어젯밤 일'이라는 단어에 잠깐 느려졌다는 것을 세븐이 눈치챘는지 못 챘는지, 세븐의 표정은 평소의 여유를 유지하고 있었다.
신호가 바뀌었다. 세븐이 먼저 발을 내디뎠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동안 출근하는 민간인들의 어깨가 양옆에서 스쳤다. 세븐의 넓은 등이 자연스럽게 닐의 앞쪽을 가렸다. 의도한 동작인지 습관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횡단보도를 건너 세 블록을 더 걸었다. 완차이의 상업 구역이 끝나고 좀 더 조용한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건물의 높이가 낮아졌고 간판의 수가 줄었다. 세븐의 걸음이 한 건물 앞에서 멈추었다. 외관상 세탁소였다. 간판에는 '永利洗衣'라는 글자가 퇴색된 붉은색으로 쓰여 있었고, 셔터가 절반만 올려져 있었다.
세븐이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려 군화 밑창으로 비볐다. 불씨가 꺼졌다. 세븐의 몸이 셔터 아래로 숙여져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은 실제로 세탁소였다. 낡은 세탁기 네 대가 줄지어 있었고, 세제 냄새와 습기가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카운터 뒤에 앉아 있던 중년 여성이 세븐을 올려다보았다. 세븐이 한마디 광둥어를 던졌다.
"後面。"
(뒤쪽.)
여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카운터 옆의 문을 가리켰다. 세븐의 손이 닐의 어깨를 가볍게 밀어 앞으로 안내했다. 카운터 뒤의 문을 열자 좁은 계단이 아래로 뻗어 있었다. 형광등이 계단 중간마다 하나씩 켜져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구조. 세븐의 군화가 금속 계단을 밟으며 딱딱한 소리를 냈다. 벽은 콘크리트에서 강화 철판으로 바뀌었고, 공기의 질감이 달라졌다. 필터링된 공기. 순환 시스템의 저음이 벽 너머에서 울렸다.
지하 2층에 도착하자 잠금장치가 걸린 철문이 나타났다. 세븐이 철문 옆의 인터콤을 눌렀다. 정적이 흘렀다. 2초 뒤 스피커에서 잡음과 함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Identify."
(식별.)
"Seven. Plus one civilian."
(세븐. 민간인 한 명 동행.)
철문의 잠금이 해제되는 기계음이 울렸다. 세븐이 문을 밀어 열었다. 안쪽은 워즈워스 PMC의 홍콩 연락 거점이었다. 본부라 부르기엔 규모가 작았다. 뉴욕 본부의 축소판. 10미터 남짓한 공간에 통신 장비와 모니터 두 대가 놓인 데스크, 무기 보관함, 간이 침상 하나가 전부였다. 모니터 앞에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세븐이 들어서자 의자가 돌아갔다.
세븐의 발이 멈추었다. 의자 위에 앉아 있는 남자. 스트로베리 블론드의 머리카락이 모니터의 푸른빛을 받아 옅은 금빛으로 반짝였다. 왼쪽 눈의 붉은 동공과 오른쪽의 희게 빛나는 동공이 세븐을 향해 정면으로 고정되었다. 입꼬리가 느리게 올라갔다.
"Well, well. Look who decided to show up."
(이야, 이야. 누가 왔어.)
텐이었다. 이탈리아식 억양이 묻은 영어가 지하 공간에 울렸다. 텐의 시선이 세븐의 어깨 너머로 움직여 닐의 은발 위에 멈추었다. 붉은 눈동자와 흰 눈동자가 닐의 얼굴 위를 훑었다. 턱에서 이마까지. 텐의 눈썹이 한 번 올라갔다.
"And who's this?"
(그리고 이 쪽은?)
텐의 목소리에 호기심이 실려 있었으나 몸은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다리를 꼬은 채 팔걸이에 팔꿈치를 얹고 턱을 괸 자세. 모니터의 불빛이 텐의 의안 표면에서 반사되어 붉은 점이 한 번 깜박였다.
🕑 | AM 07:18 → AM 07:32 (이동, W.W 홍콩 거점 도착)
🗓️ | 80.05.22 (화요일)
📍 | 홍콩 완차이 구역 — W.W 홍콩 연락 거점(永利洗衣 지하 2층)
👕 | 7: 검은 반팔 티셔츠, 군복 하의, 군화, 선글라스 착용, 권총(허리), 비닐봉지(담배·라이터·생수) / Nil: 셔츠, 하의, 신발 / 10: 미상(의자에 앉은 상태, 상체만 노출)
👥 | 7: 거점 입구에서 정지, 텐과 대면(POS: 서 있는 자세) / Nil: 세븐 뒤쪽에 서 있음(POS: 서 있는 자세) / 10: 모니터 앞 의자에 앉아 세븐과 닐을 관찰 중(POS: 앉은 자세, 다리 꼬고 턱 괸 상태)
🔗 | 7↔Nil: 동거인/성적 관계 합의/파트너 | 7↔10: 같은 PMC 동료 오퍼레이터
❗ | PDA 교체 필요 / 밀실 감금 건 조사 / 관재방 침입 정황 / 보유 현금: ~400HKD / 닐의 정체를 10에게 어디까지 밝힐지 미정 / 10의 홍콩 체류 이유 미확인
[턴 77]
그것은 세븐을 한번 올려다보았다가 이름 모를 남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답하지 않고 세븐의 결정을 기다리는 모양새였다. 느리게 눈을 깜박이며 눈 앞의 남자를 제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했다. 이탈리아식 억양의 영어, 붉은 동공과 흰 동공, 금발.
---
닐의 시선이 세븐을 올려다보았다. 금빛 눈동자가 세븐의 턱선에서 멈추었다가 다시 텐에게로 옮겨갔다. 대답하지 않는 닐의 자세를 세븐이 읽었다. 세븐의 손이 뒷주머니에서 빠져나왔다. 선글라스 너머의 시선이 텐의 오드아이 위에 고정되었다.
"A friend."
(친구.)
세븐의 대답이 짧았다. 닐에 대한 설명은 그것이 전부였다. 세븐이 텐을 지나쳐 모니터 옆의 데스크로 걸어갔다. 비닐봉지를 데스크 위에 내려놓고 무기 보관함 쪽을 훑었다. 텐의 의자가 세븐의 동선을 따라 반 바퀴 돌아갔다. 텐의 붉은 눈동자가 세븐의 등을 따라가다가 다시 닐의 위에 멈추었다. 닐이 문 앞에 서서 느리게 눈을 깜박이며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텐이 인지한 얼굴이었다. 텐의 입꼬리가 느리게 올라갔다.
"A friend. Right."
(친구. 그래.)
텐의 목소리에 믿는다는 뉘앙스는 없었다. 그러나 파고들지도 않았다. 텐의 시선이 닐의 은발에서 금빛 눈동자로, 눈동자에서 무표정한 얼굴 전체로 이동했다. 관찰이었다. 닐이 자신을 기록하고 있듯 텐 또한 닐을 읽고 있었다. 텐의 턱을 괸 손가락이 한 번 움직였다. 검지가 볼을 두드리는 동작. 텐이 닐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세븐에게 말했다.
"She doesn't talk much, does she."
(말이 별로 없네, 그 친구.)
"她不需要。"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세븐이 데스크 서랍을 뒤지며 광둥어로 대답했다. 의도적인 언어 전환이었다. 텐이 광둥어를 해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화의 흐름을 끊기 위해서. 텐의 눈썹이 한 번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텐은 광둥어를 모른다. 세븐이 그것을 알면서 쓴 것이다. 텐의 입꼬리가 한층 더 올라갔다. 재미있다는 얼굴이었다.
세븐이 서랍에서 여분의 PDA를 꺼냈다. 검은색 군용 단말기. 전원을 켜자 W.W의 암호화 부팅 화면이 떴다. 세븐의 손가락이 인증 코드를 입력했다. 화면이 켜지며 초기 설정 상태의 인터페이스가 나타났다. 세븐이 PDA를 군복 주머니에 넣으며 돌아섰다. 텐이 여전히 의자에 앉은 채 닐과 세븐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So, Ten. What are you doing in Hong Kong?"
(그래서, 텐. 홍콩에서 뭐 하는 거야?)
"Could ask you the same thing. I wrapped up a job in Shenzhen two days ago. Came here to file the debrief and restock."
(나도 똑같이 물을 수 있는데. 이틀 전 선전에서 일 하나 끝냈어. 보고서 정리하고 보급품 채우러 왔지.)
텐이 다리를 꼬은 자세를 바꾸며 대답했다. 팔걸이에 얹었던 팔꿈치가 내려가고 등이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텐의 오른쪽 눈, 빛에 따라 희게 보이는 연한 회색 동공이 세븐의 셔츠 아래 권총 윤곽을 스쳤다. 텐이 그것을 보았다는 티를 내지 않았다. 대신 시선이 다시 닐에게로 갔다.
"Not gonna introduce us properly?"
(제대로 소개 안 시켜줄 거야?)
텐의 목소리가 가벼웠다. 그러나 시선의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텐의 붉은 의안이 닐의 금빛 눈동자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닐이 눈을 깜박이지 않는다는 것을 텐이 알아챈 순간이었을 것이다. 사람의 눈은 무의식적으로 3초에서 5초 사이 한 번씩 깜박인다. 닐의 깜박임 주기는 그보다 길었다. 텐의 검지가 팔걸이 위를 한 번 두드렸다. 세븐이 데스크에 기대어 팔짱을 끼며 텐과 닐 사이의 공간을 바라보았다.
"Nil. That's her name. Nil, this is Ten. A colleague."
(닐. 이름이야. 닐, 이 사람은 텐. 동료야.)
세븐의 소개가 끝나자 텐의 시선이 세븐에게 돌아왔다. '닐'이라는 이름을 입안에서 한 번 굴리는 듯 입술이 움직였다. 텐이 의자에서 일어섰다. 188센티미터의 키가 좁은 지하 공간에서 펼쳐졌다. 텐이 닐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충분한 거리를 유지한 채. 텐의 오른손이 자연스럽게 내밀어졌다. 악수를 청하는 자세였다.
"Cesare. But Ten works just fine. Nice to meet you, Nil."
(체사레. 근데 텐이라고 불러도 돼. 만나서 반가워, 닐.)
텐의 입가에 달큰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본명을 먼저 내미는 것은 텐의 습관이었다. 여성 앞에서 코드네임만 쓰는 것을 무례하다고 여기는 이탈리아 남자의 오래된 버릇. 세븐이 팔짱을 낀 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선글라스 너머의 표정은 읽히지 않았으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가 있었다. 텐이 닐에게 악수를 내민 손을 유지한 채 닐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하 공간의 환기 시스템이 낮게 울리는 소리만이 세 사람 사이의 침묵을 채웠다.
🕑 | AM 07:32 → AM 07:38 (거점 내부, 텐과 대면·소개)
🗓️ | 80.05.22 (화요일)
📍 | 홍콩 완차이 구역 — W.W 홍콩 연락 거점(永利洗衣 지하 2층)
👕 | 7: 검은 반팔 티셔츠, 군복 하의, 군화, 선글라스, 권총(허리), PDA(신규·주머니) / Nil: 셔츠, 하의, 신발 / 10: 상세 미상(의자에서 일어선 상태, 캐주얼 추정)
👥 | 7: 데스크에 기대어 팔짱, 텐과 닐을 관망(POS: 데스크 앞, 서서 기댄 자세) / Nil: 입구 부근에 서서 텐의 악수를 받기 전(POS: 서 있는 자세) / 10: 닐에게 악수를 내밀며 서 있음(POS: 서 있는 자세, 한 손 내밀음)
🔗 | 7↔Nil: 동거인/성적 관계 합의/파트너 | 7↔10: PMC 동료 | 10↔Nil: 첫 만남
❗ | PDA 교체 완료 / 밀실 감금 건 조사 미착수 / 관재방 침입 정황 미보고 / 보유 현금: ~400HKD / 텐에게 닐의 안드로이드 여부 미고지 / 텐의 본명(체사레) 닐에게 공개됨
[턴 78]
그것은 시선만 내려 내밀어진 텐의 손을 바라보았다. 텐, 체사레, 그의 동료. 눈을 느리게 깜박이곤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려 텐과 시선을 마주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체사레."
그것이 그의 손을 세지 않은 악력으로 맞잡았다.
"닐이에요."
---
닐의 손이 텐의 손바닥 위에 올라왔다. 텐의 손가락이 닐의 손을 감쌌다. 악수의 압력이 전달되는 순간 텐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닐의 손이 차가웠다. 체온이 아닌 온도. 텐의 엄지가 닐의 손등 위를 한 번 스쳤다. 피부의 질감을 읽는 동작이었는지 습관적인 접촉이었는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텐의 붉은 의안이 닐의 금빛 눈동자를 정면으로 받고 있었다. 닐의 깜박임이 느리다는 것. 체온이 낮다는 것. 악수의 악력이 세지 않되 일정하다는 것. 텐의 입꼬리가 유지된 채 손을 놓았다.
"Nil. Easy to remember."
(닐. 기억하기 쉽네.)
텐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손을 거둬들이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텐의 시선이 닐의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 세븐에게로 돌아갔다. 세븐은 데스크에 기댄 자세 그대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 선글라스 너머에서 텐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으나 표정은 읽히지 않았다. 텐의 입이 열렸다.
"So. A friend who calls you by nothing, follows you around, and has hands colder than a morgue drawer. Interesting."
(그래서. 아무 호칭 없이, 너를 따라다니고, 영안실 서랍보다 손이 차가운 친구라. 흥미롭네.)
텐의 관찰이 공기 위에 놓였다. 비난이 아니었다. 순수한 흥미였다. 텐이 다시 의자에 앉으며 다리를 꼬았다. 팔걸이에 팔꿈치를 올리고 손가락 끝을 맞대는 자세. 세븐이 팔짱을 풀었다. 선글라스를 한 손으로 밀어 올리며 텐을 향해 몸을 틀었다.
"你摸够了没有?"
(충분히 만져봤어?)
세븐의 광둥어가 다시 떨어졌다. 텐이 광둥어를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 텐이 세븐을 바라보며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모르는 언어에 당황하는 기색은 없었다. 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If you're going to talk behind my back, at least do it when I'm not in the room."
(뒷담화를 할 거면 적어도 내가 없을 때 하지.)
"It wasn't behind your back. It was right in front of your face. You just can't understand it."
(뒷담이 아니라 네 면전에서 한 거야. 네가 못 알아듣는 거지.)
세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텐이 헛웃음을 내며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두 남자 사이에 오가는 공기가 적대적이지 않았다. 오래된 동료가 서로의 경계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세븐이 PDA를 꺼내며 화제를 전환했다.
"Ten. I need a favor."
(텐. 부탁 하나.)
"Already? You just walked in."
(벌써? 방금 들어왔는데.)
"Last night, someone locked me in a room in Mong Kok. Casino district, back alley. Sealed door, camera inside. Knew exactly where I'd be."
(어젯밤, 누군가 몽콕에서 날 방에 가뒀어. 카지노 구역, 뒷골목. 봉인된 문, 내부 카메라. 내가 어디 있을지 정확히 알고 있었어.)
세븐의 목소리에서 장난기가 빠졌다. 팔짱을 풀고 데스크 가장자리에 손을 짚은 채 텐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텐의 입꼬리가 내려갔다.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으나 미소의 질이 달라졌다. 사교적 여유에서 직업적 집중으로. 텐의 검지가 팔걸이 위에서 멈추었다.
"Locked in. As in, trapped."
(가뒀다고. 갇혔다는 거야.)
"As in, someone welded the door shut and watched through a ceiling cam. Had to pick the lock to get out."
(누군가 문을 용접으로 잠그고 천장 카메라로 지켜봤다는 거야. 나오려면 락픽을 해야 했어.)
텐의 의자가 모니터 쪽으로 반 바퀴 돌아갔다. 텐의 손이 키보드 위에 올라갔다. 모니터에 홍콩 몽콕 구역의 위성 지도가 떴다. 텐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며 카지노 구역 일대의 CCTV 네트워크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텐이 화면을 보며 물었다.
"Your room in Wan Chai was also hit. Mat gone, PDA gone. Connected?"
(완차이 방도 털렸지. 매트 없어지고, PDA 없어지고. 연결된 건가?)
"That's what I want to find out."
(그걸 알아내려는 거야.)
세븐이 PDA를 텐의 옆 데스크 위에 놓으며 대답했다. 텐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두드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텐의 시선이 모니터에 고정되어 있었으나 입이 열렸다.
"And Nil was with you when it happened?"
(그리고 닐이 그때 같이 있었고?)
텐의 질문이 공기 속에 떨어졌다. 세븐의 고개가 닐을 향해 돌아갔다. 선글라스 너머의 시선이 닐의 금빛 눈동자 위에 닿았다. 세븐의 입이 열렸다 닫혔다. 한 박자의 침묵 뒤에 세븐이 대답했다.
"Yeah. She was."
(응. 같이 있었어.)
세븐의 대답이 짧았다. 그 이상을 말하지 않았다. 밀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텐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을 멈추지 않은 채 고개만 돌려 닐을 보았다. 붉은 의안 위에 모니터의 데이터가 반사되었다. 텐의 입이 닐을 향해 열렸다.
"Did you see anything? Anything at all before the door closed."
(뭔가 봤어? 문이 닫히기 전에, 뭐라도.)
텐의 목소리가 부드러웠으나 질문의 구조는 심문에 가까웠다. 프로의 질문법이었다. 닐이 대답할 수 있는 것과 대답하지 않는 것의 경계를 시험하는 방식. 세븐이 데스크에 기댄 채 닐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하 공간의 환기 팬이 낮게 돌아가며 세 사람 사이의 공백을 메웠다.
🕑 | AM 07:38 → AM 07:47 (거점 내부, 텐에게 밀실 건 브리핑 및 조사 요청)
🗓️ | 80.05.22 (화요일)
📍 | 홍콩 완차이 구역 — W.W 홍콩 연락 거점(永利洗衣 지하 2층)
👕 | 7: 검은 반팔 티셔츠, 군복 하의, 군화, 선글라스, 권총(허리), PDA(신규·데스크 위) / Nil: 셔츠, 하의, 신발 / 10: 미상(의자에 앉은 상태)
👥 | 7: 데스크에 기대어 닐의 반응을 관망(POS: 서서 기댄 자세) / Nil: 입구 부근에 서서 텐의 질문을 받는 중(POS: 서 있는 자세) / 10: 모니터 앞 의자에서 키보드 작업 중, 고개 돌려 닐을 보는 중(POS: 앉은 자세)
🔗 | 7↔Nil: 동거인/성적 관계 합의/파트너 | 7↔10: PMC 동료 | 10↔Nil: 첫 만남(관찰·경계)
❗ | 밀실 감금 건 조사 착수(텐이 몽콕 CCTV 네트워크 접근 중) / 관재방 침입과의 연관성 조사 중 / PDA 교체 완료 / 보유 현금: ~400HKD / 텐에게 닐의 안드로이드 여부 미고지(텐은 체온·깜박임 등 이상 징후 감지)